인생이 내시경만 같아도 #2

식이조절

by 영순

내 생에 처음으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예약을 했고,

병원에서는 검사 일주일 전에

약을 타러 오라고 했다.




약을 타면서 식이조절과

약을 먹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3일전부터 가려야할 음식에 대해서 들었는데,

그 식단은 마치 수술을 하고 난 사람이

금식을 하다가 서서히 먹기 시작하는 단계의

그런 음식들이었다.




설명하는 간호사분에게 알겠다고는 했지만,

속으로는 지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어차피 검사 전날, 장을 비워내는 약을 먹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전부 비워낸다는데,

굳이 3일전부터 음식을 가려먹을

이유가 뭐가 있나 싶었다.




우리 인간이 이렇다.



의학적인 검사나, 시술, 수술을 위해

조심해야 하거나 피해야 할 것들은

이미 이전에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텐데

그것을 지키라고 하면 지키고 싶지 않다.




불편해서, 거북해서, 거슬려서.




수술하고 당일날 담배를 피우는 사람,

술을 먹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난 3일전부터 음식을 가려먹으라는

지시사항을 어기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


검사 하루 전날까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인간이 왜 이럴까.




남을 위한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인데도

이 모양이다.


별문제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사회 질서를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세워둔 규칙을

얼마나 잘 지키겠는가.


자기 자신을 위한 것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멋대로 하는데 말이다.



검사 전날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보니,

오후 3시부터 금식을 하라고 한다.


오후 1시가 넘어가자

슬슬 불안함이 몰려왔다.




지금 배가 고픈 건 아닌가?


뭐 먹을 것은 없을까?


속이 허하지는 않은가?




누가 보면, 큰 수술로 한달간 금식을

해야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 마음이 왜 이럴까?

왜 3시가 되기전부터 불안하고,

예민해지는걸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평생 내가 누려오던 권리 같은 것인데,

아니, 숨쉬는 공기 같은 것이라

권리라는 생각마저 하지 못하고,

당연히 내 것이었는데,

이제 잠시 그것을 잃는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던 것 같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음식을 먹지 못하는 때가 온다면,

영원히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목록이 생긴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았다.


잠시 뺏었다가 다시 준다면,

너무 너무 감사해하며

소중하게 하루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내 것이었다가

빼앗길지 모른다는 것,


영원히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은 상상만으로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든다.




내가 가진 많은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다.


원래 내 것이었는데,

영원히 내 것은 아닐지 모르는

그 많은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시계를 보니, 정확히 3시다.


마지막으로 빵 한 조각을 먹었다.


이제 시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