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합니다!!!
라면 하나에 다시마 한 조각이 들어있는
이 라면을 어렸을 때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30년 넘게 먹었어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다시마가 2개가 들어있는 경우는
수십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삶은 지금
여러 가지면에서,
내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는
절망적인 어둠 속을 걷고 있다.
아주 오래도록....
그런데, 라면에 1개씩 들어있는
다시마가 1조각이 아니라 2조각임을
알았을 때 난 적잖이 놀랐다.
아니, 살짝 기분이 좋았다.
마치,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이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볼을 꼬집어보듯,
나는 저 다시마 조각이 진짜 2조각인지,
1조각인데 공정과정에서 2조각으로 나눠진건지
짧은 순간이지만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다.
지난 수십년간, 내가 봤던
다시마 조각의 크기는 이 정도가 맞다.
즉, 1조각이 공정과정에서
잘못 나눠진게 아니고,
이것은 2조각이 들어간게 명백하다.
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게 무슨 큰 일이라고,
지난 수십년동안 먹었던
이 라면의 다시마 조각의 크기를 떠올리며,
결론까지 내린단 말인가.
너무 힘든 삶에,
작은 행운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필사적인 몸부림이 아닐까?
난 얼른 휴대폰을 가져와 사진을 찍었다.
다시마 2조각이 들은 라면을 말이다.
사람이 너무 힘이 들면,
사람이 너무 우울하고,
사람이 너무 절망적이면,
모든 것에 극도로 예민해진다.
작은 것 하나도 참지 못하고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며,
더 아래로 내려가기를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너무 짙고 긴 어둠 속을 걷다보면,
정말 작은 빛 한줌도 금방 느낄 수 있다.
삶이 너무 힘들어
아직은 작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시선과 마음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주 작은 것도 느낄 수 있는
내가 되어 있음에,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힘이 들어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지겨워서
하루 하루가 고통스러울 때
이 모든 고통이 끝나는 것은
엄청나게 큰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고통스러운 모든 일들이 해결되어야 하지만
라면에 들어간 다시마 2조각에
잠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 주는
예민함의 장점 아닐까?
아무리 힘들어도,
잠시 기분 좋아질 수 있고,
잠시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이라서
또 숨을 쉬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