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작동원리를 안다면...
내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소독약을 바르는 것은,
다른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이지, 그 상처의 치유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
내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연고를 바르는 것은,
치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물질을
묻혀둔 것일 뿐,
근본적인 치유과정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 몸에 난 상처는
우리 몸의 뛰어난
자기 치유 능력을 통해
저절로 치유가 되는 것이지,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몸에 난 상처는
조심하는 정도의
수동적 행위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말끔하게 낫는다.
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나서 저절로
낫는 상처는그다지 많지 않다.
마음의 상처는 그 자체로
우리 마음에 강한
표지를 남기기 때문이고,
우리의 뇌는 이런 표지가
생존에 위협이라고 생각해서,
자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틈만 나면 반복 재생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다시 들여다보고,
상처가 났을 당시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 느낀다.
이것은 상처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든다.
같은 감정을 반복해서
느끼게 되므로.
마음의 상처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치유과정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 마음이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치유의 속도는 달라진다.
상처를 보는 행위는,
그 상처를 일으킨 일 또는
일으킨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때 내가 느낀 감정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러면, 우리는 마치
생생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그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은 거짓이다.
내 앞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일인데,
우리의 뇌가 재생 버튼을
자기 멋대로 누른 것이다.
과거의 생각을 멈추고,
지우고, 밝은 생각을 하고,
현재를 즐기고,
이런 류의 틀에 박힌,
자기 계발서에 넘쳐나는
뻔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그 감정에 휩싸이면,
그게 생생한 현실처럼 느껴져서,
그때의 감정을 느끼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뇌가 재생 버튼을
함부로, 내 허락도 없이
눌렀구나라는 생각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감정과
하나이던 내가,
관찰자로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아~ 이건 허구이구나.
그렇게 멀어지다보면,
과거의 아픈 기억이 떠오를때,
마치 남일처럼 대하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게 되면,
상처는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것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늘 같은 강도로 느끼지 않을 때,
서서히 강도가 약해지고,
더 이상 격한 반응을 하지 않을 때,
상처는 비로소 치유된다.
내게 상처준 사람이
내게 와서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만
치유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상처준 사람이
내게 와서 진심으로
사과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던가...
몸에 심한 상처가 나서,
살이 벌어지고,
피가 쏟아지는데
보고만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보고
그냥 잠드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의 상처에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