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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플레이는 삶을 닮았다.

2장. 꿈을 드리블하다

by 영스

직장 동료들과 풋살을 하기 위해 모였다.


동료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고, 몸을 움직이며 활력을 찾는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평소 훈련하던 움직임과 내 수준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다.


사뭇 진지한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갔지만, 늘 함께 뛰는 팀이 아니다 보니 팀워크가 잘 맞을 리 없었다.

상대는 주기적으로 경기를 해온 팀이라 우리보다 조직력이 훨씬 좋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대등하게는 해보자”는 기대를 했으나, 기 시작 5분도 안되어 희망은 무너졌다.


선취골을 내주고, 수비는 계속해서 숭숭 뚫렸다. 패스를 몇 번 연결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우리는 전혀 하나가 되지 못했다.

차이가 벌어질수록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평소 자신감 넘치는 동료는 끝까지 성공률 낮은 개인 돌파를 고수했고, 몇몇 팀원은 그 플레이에 불만을 표출했다.

순간, 작은 내분이 시작되려 했다.

사실 나 자신도 짜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실력도, 호흡도 안 맞고, 괜히 이 경기를 주선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왜 이 경기를 하고 있을까?"


승부 때문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아니다. 귀한 시간을 내서, 땀 흘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 시간을 서로를 탓하고, 책임을 떠넘기며 낭비하는 건 너무 아깝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공을 차는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새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결과나 남의 실수를 탓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는 것.

성실하게 뛰고, 조용히 패스를 이어가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경기를 하다 보면 항상 살아가며 가져야 하는 태도를 떠올린다.

세상은 결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최선을 다해도 팀워크가 어긋날 수 있고, 실수 하나로 분위기가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 내가 어떤 자세로 그 상황을 마주하느냐다.

짜증을 내며 탓하기보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풋살 경기는 결국 일방적인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후련했다.

큰 차이가 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경기를 놓지 않았다는 뿌듯함 일까?

동료들이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다음에 다시 하자”며 자연스럽게 어깨를 두드렸다. 누군가는 “그래도 재밌었다”라고 말했고,

그 말 한마디에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삶에서 우리는 늘 팀을 이룬다.


친구든, 직장이든. 그 팀이 언제나 잘 맞을 순 없다. 갈등이 있고,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조용히 해내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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