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축구공 하나로 세상과 연결되다.

2장. 꿈을 드리블하다

by 영스

용병의 삶.


고정된 그룹 안에서의 지속적인 관계를 선호하지 않는 나는, 어느 순간 용병이라는 방식으로 축구에 참가하고 있다.


정해진 팀에 소속되는 것은 때론,

나에게 억압으로 다가왔다.

뭔가를 함께 오래 지속한다는 것, 그 안에서 감정을 섞고 책임을 나누는 일이 내겐 꽤 버거운 일이었다.


누군가는 소속감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인간관계를 쌓아가지만, 나는 그 반대였다.

그런 속박은 종종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일이었고, 오히려 관계가 부담으로 변해가는 일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단체 구기종목을 좋아한다. 팀워크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운동을 좋아하면서도 팀에 속하길 꺼리는 내 모습은 어쩌면 모순적이다. 그러나 그 모순이 나에겐 오히려 해방감을 준다.


용병으로 경기에 참가할 때, 나는 잠시 소속되지만 완전히 묶이지 않는다. 그날 그 순간, 한 경기만 함께 치르고 나면 우리는 다시 흩어진다.

느슨한 연대감이 내겐 딱 맞는 거리감이다.

어쩌면 이게, 내가 사람에게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온도일지도 모른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뛰며 나누는 가벼운 인사와 짧은 대화는 또 다른 재미다.

‘어디서 뛰세요?’

‘자주 나오세요?’

‘오늘 경기 재미있었네요.’

그 정도의 안부와 농담, 그것이면 충분하다.

깊이 파고들지도 않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없다. 누구도 서로를 잘 모르기에, 자연스레 생기는 조심스러운 거리감도 좋다.

그런 가벼운 접촉이 오히려 나를 사람 속으로 이끌어준다.


곁에 친구조차 쉽게 두지 않으려는 성향의 나로선,

이런 식의 만남이 최선이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관계는 불안과 피로를 낳곤 하지만, 이런 일시적 만남은 묘한 기대감과 즐거움만 있다.


사람을 너무 깊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세상과 단절되지 않게 해주는 중간 지점.


나에게는 그것이 축구다.


만약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사람을 만날 일도, 새로운 관계에 발을 들일 일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혼자가 익숙해도, 인간은 결국 누군가와의 접촉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축구는 나에게 그런 최소한의 접촉을 허용하게 만든 유일한 장치였다.


뛰는 내내 온 신경을 공에 집중하고, 팀을 위해 움직이며, 함께 골을 넣고 웃는다.

경기가 끝나면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그 짧은 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축구가 없었다면 나는 인간으로서의 균형을 잡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축구는 그런 나를 매번 다시 사람들 속으로 이끌어준다. 인격이 결국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내 인격의 많은 부분은 축구 덕분에 형성된 것이다.


운동장 위에서 맺는 짧고 가벼운 연대.

그 속에서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고, 억지로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게 내가 계속해서 축구를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일 수도 있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세상과 단절되지 않는 방식.


축구는 내게 인간성의 온도를 유지시켜 준 수단이기도 했던 것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2화팀 플레이는 삶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