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목격한 영화 한 편.
1장. 묻고, 듣고, 보다
달리는 지하철 안 문 옆,
나는 사람들의 동선과 조금 비껴선 그 구석 자리에 서 있었다.
늘 그렇듯, 지하철 소음에 박자를 맞추던 순간.
정차역 플랫폼 너머에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할아버지는 마치 오래된 필름 속 주인공처럼
폴짝,
무대를 딛듯 전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가 밖으로 내미는 오른손,
그 손엔 어떤 대사도 필요 없었다.
잠시 후, 그의 손 위에 할머니의 손이 조심스레 얹혔다.
연주 전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어루만지는 듯 한 우아한 손놀림처럼,
지금 결혼하는 신랑의 손에 신부가 손을 얹듯,
세상 어떤 모습보다 우아한 한걸음으로
노부부가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나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 순간이 그들의 모든 세월을 말했다.
세월 속 서로를 놓지 않았던 하루하루,
같이 웃고, 같이 견뎌낸 사계절의 반복,
서로를 아끼고 존중한 긴 세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촬영된 그들 인생의 숱한 컷들을 조금은 내 멋대로 머릿속에서 재생했다.
그것은 영화였다.
완벽한 해피엔딩을 지나,
어쩌면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명작.
나는, 사랑을 목격했다.
가장 바쁘고 차가운 도시의 상징 안에서
가장 조용하고 위대한 장면 하나가,
문 옆 구석 어린 청년이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사랑이 영원함을
인정하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