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나와서 개발자?
본 글은 21세기 청년을 위한 실패록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은 인생이 뜻처럼 된 적이 많으신가요?
저는 거의 없습니다.
그것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바로
대학교 전공과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주전공은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베트남어학과 부전공으로는 영문학/통번역학을 이수했습니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입니다.
응?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상황일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진로의 설계와 실천에 실패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서 되었을까요?
혹자는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누구나 다 때려치우고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판에
배부른 소리냐?
그 이면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4년 내내 베트남어학과 영문학, 통번역학을 전공했던 사람이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한다면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보십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로 무쇠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원래 저의 뜻은 대학교 교수가 되는 것에 있었습니다.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싶었고
장학금 프로그램에 도전했으나
떨어졌습니다.
제가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도 정확히 모르는 바보였습니다.
4학년 1학기가 되고 나서
저는 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그 길은 전혀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장학금 받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뚜렷한 연구과제 선정도 어려울뿐더러
제가 해낼 거라는 자신도 없었습니다.
장학금 프로그램 선정에 떨어지고 나서
도피성으로 IT 관련 인턴쉽 기회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기회를 얻어 인턴생활을 하고 정규직 전환까지 해준다고 해서
무턱대고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입사한 동기생들은 대부분 뛰어난 머리, 좋은 학벌, 컴퓨터 공학 전공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과제를 할 때나, 시험을 볼 때나, 남들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집에 돌아가서도 남들은 4년 동안 채웠을 전공지식의 발끝이라도
따라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주말에도 쉬는 날 없이 아침저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간신히 회사 내에서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위한
자격을 얻는 사내 개발능력 인증시험을 통과하고 나서
실제 프로젝트에서도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날마다 밤샘근무에 집에 돌아가지도 못했고
개발을 잘 해내지 못하면 휴가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실은 지옥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저의 감정과 상태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은 없었고
공장의 부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부여잡고
웬 고생인가 싶었습니다.
실패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잘하는 일도 아닌 거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제가 그만두지 못한 것은
살아야 했고
갚아야 할 대출이 있고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었기에
그만두지 못했습니다.
책임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거 하나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 노력한 뒤에도 잘하지 못한다면, 그만두자.
하지만 잘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잘해지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될 것이다.
더 노력해 보자. "
다행인 것은
지금은 저의 일을 소명이라고 여길 정도로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여러분들도 실패자라고 느껴질 때
나의 일이 아닌 것만 같을 때
버텨야 할 이유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일을 좋아하게 될 만큼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젠가는 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