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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Dec 27. 2021

풀리지 않는 실타래

아홉수 한 해와 이별하며

실타래

실타래는 본래의 의미를 찾아보면

'실을 쉽게 풀어 쓸 수 있도록 한데 뭉치거나 감아놓은 것(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한다.

뜻대로라면 잘 풀리도록 모아놓은 것이 실타래인데,

이게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면

애초에 잘못 묶어놓아 그런 .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방치해둔 실타래가 좀 많다.

왜 그때는 당장을 모면하려 대충 일을 덮어두었을까.

사람 관계 깨지는게 싫어 거절 못하더니 이렇게 끌려 다니나.

지금은 어떻게 해보려 해도 너무 많이 엉켜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됐다.


2021년이 그렇게 많은 실타래를 남긴 채 가버리고 있다.

무슨 옷이라도 하나 떠서 남겼어야 하는데, 실을 풀지 못했으니 엮지도 못했다. 

뭔가 그럴듯해 보이나, 자세히 보면 대충 뭉쳐놓고 한쪽에 치워놓은 실타래만 한가득이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경험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던 그때는 어린 마음에 대학원 진학한다며 있는 힘껏 사표를 던지고 마음 가는 대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커리어는 어느 정도 좁혀 조금은 홀로서기도 했지만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기는 너무 약하고,

그렇다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기엔 머리가 너무 커버린 걸 느낀다.

이제는 코로나 변수, 가족 건강, 인간 관계 등 주변 상황이 중요해졌다.


멋지게 도전하고 부딪혀 새로운 길을 걸어가던 이전의 도전 스타일이 지금은 실현하기도 어려워지기도 했지만 다소 무모해 보인다. 그 만큼 세상도 나도 많이 변했다.

솔직한 맘은 코로나로 새롭게 바뀐 세상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도전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싶고, 그래야 할 단계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부모님 건강이 우선이고 내 주변을 지키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한편으론 그렇게 세월이 흘러버렸다는 사실에, 

코로나가 마음까지 약하게 만들어 서글프기도 하다.


서른의 언덕에서는 퇴사를 말했는데,

마흔의 언덕에서는 무얼 외치게 될까.

이래서 아홉수가 참 무섭구나.

밤새 엉킨 실타래만 붙잡고 있는 그런 미련한 짓은 하지 말자.

이제부터 코로나 시대에 맞게 새로 잘 감으면 된다.


2022년은,

바쁘다는 이유로 본질적인 질문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지 말길.

사람에 끌려다니지 말고 할 말은 하며 지내길.

그리고 스스로에게 글 쓸 여유 정도는 남겨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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