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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Mar 03. 2022

최악의 시나리오

40에 만난 복병

지금껏 살면서 요즘 같이 희망을 잃은 날도 없었던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

불혹 맞이 선물인가 싶다.


러시아를 사랑하고 여행과 문화예술로 러시아를 알리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

최근의 상황은 른 하늘에 날벼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다니!

이건 엄밀히 '러시아'가 아니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국내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못할 거라 입을 모아왔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 모두를 당황케 했다. 푸틴은 머릿속 계산을 끝내고 조국 수호자의 날 다음 날인 2월 24일 방아쇠를 당겼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온세계가 러시아에 삿대질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게 러시아일주일 만에 세계적인 왕따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세상 모두가 미워하는 악당으로 떠올랐다.

러시아 국내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쟁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루블화는 폭락하고, 러시아에 국제적인 금융 제재 조치가 취해졌다. 러시아에 있거나, 러시아 비즈니스 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루 사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이 모든 것이 불과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러시아알리는 활동으로 먹고 사는 나 역시 갑작스레 그 어떤 앞길을 모색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수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며 이제는 주도적으로 달라져야겠다 생각한 시점이었다. 마흔이니까, 더 늦어져선 안 되겠다는 마음에 좀 다르게 살아야지 정신을 다잡을 즈음이었다.


20년 넘게 러시아 전공을 끈질기게 부여잡아 왔는데, 코로나 외에 이런 위기감은 처음이다.


지금은 국내 코로나도 최절정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도 지금이 최악이고,

40, 막다른 골목이란 생각에 이제 정신차려야지 했는데,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 상이 되어버렸다.


40. 사십.


노아의 방주 이후 세상은 40일 간 주야로 비가 내렸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광야 생활 끝에 가나안 땅에 들어갔으며,
예수님도 40일 금식 기도 후 광야에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성경에 나오는 '40'은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힘겹고 괴로운 시간일지만, 훈련과 준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도 지난 시간들이 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기반이 되다. 하루하루가 알 수 없는 매일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러시아 외길로 성실하게 걸어왔고, 스스로 이루어온 것들이 생기니 한없는 기쁨 하나씩 쌓다.  속에서 행복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의 모든 상황들은 마치 40을 기점으로 삶의 방향을 한쪽으로만 보지 말라 예고하는 것 같아, 마음이 썩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러시아를 바르게 알리고 그 나라의 좋은 점들을 나누는 일 계속 하고 싶다.

러시아가 푸틴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이보다 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까?

지금 같은 상황이 얼마나 더 오래 갈까?

나는 이런 위기의 때 완전 새로운 국면을 맞이는 것이 좋을까?렇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수많은 질문들이 마음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데 답은 없다.


40에 만난 최악의 시나리오.

말로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화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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