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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Apr 18. 2022

정말 같은 사람이라고?

소통 방법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인간관계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험에 들 때가 종종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가 일상화되고,

의사소통 방법이 다양해지기도 했으니 당연히 느낄 감정들일 수 있겠다.


처럼 내향적인 사람 인간관계 속에서

다양한 소통 방법들 참 많은 딜레마에 빠진다.

분명 일인인데 의사소통 방법에 따라 '혹시 다중 인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 사람에 대해 체감되는 감정들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면으로 만나는 사람,
통화로 만나는 사람,
문자나 메일로 만나는 사람.


세 가지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 사람이라면 그에게 일관성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얼굴을 보고 안 보고의 차이가 크다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통화했을 때와 직접 얼굴 보고 만났을 때,

혹은 문자로 만났을 때와 대면했을 때의 느낌이 서로 너무 다르다면

처음엔 의아해지고 나아 그 사람 자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소통하는 순간순간 기분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상대방에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혹시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스스로 돌이켜보게도 된다.




1. 전화로 나에게 쏘아붙이던 그 분, 눈앞에선 완전 다른 사람


처음 사회생활 시작하던 직장인 시절.

사회 초년생이 낯선 사람에게 연락해 너스레 떨며 업무 관련 요청을 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상사나 윗분들 지시가 들이닥치면 일단 되든 안 되든 무조건 해야 했다.


해외전시 업무를 담당하면서 당시 나는 참가기업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참가기업 중에는 메일만으로도 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기업도 있었지만,

일이 있을 때마다 담당자인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것저것 묻고 따지는 사장님들도 간혹 있었다.

유선 통화가 익숙치 않았던 내게 그런 상황은 늘 공포였다.


'대리'라는 낯간지러운 직함으로, 안 그래도 간이 콩알만해져 수화기를 붙든 나에게

다짜고짜 화부터 낸 어떤 기업 사장님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참 거친 분이었다. 무슨 그리 불평불만이 많으신지.

어버버했던 나는 반박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무참하게 말로 당해버렸다. 


'이런게 사회인가...'

옛날 출장의 기록


렇게 당했던 터라 죽어도 마주치는 일은 피하고 싶었는데,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

그분과 대면하게 될 일이 생기고 말았다.

사장님이 참가하는 전시에 내가 인솔자로 출장을 가게 된 것이었다.

어디 숨을 곳도 없고.. 마음 한구석에 엄청난 불편함이 밀려왔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에게 화를 냈던 그사장님은 눈앞에서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대리님, 지난 번 일은 좀 아쉬웠지만
출장 잘 부탁합니다.


오잉? 이게 같은 사람이라고?

거친 말투는 어디가고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었다.

나랑 통화할 때는 엄청 예민하셨었나. 출장을 같이 가니 혹시 자기가 손해라도 볼까봐 그러신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목소리와 사랑에 빠지다, 하지만 만나면 깨지는 환상]

회사에서 업무를 위해 낯선 이들과의 통화를 여러 차례 거듭하며
상대방이 입이 거칠어 힘들거나 코드가 안 맞아 분통 터진 적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전화벨 소리가 너무 기다려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별다른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목소리가 좋아 호감이 가는 그런 분들이었다.
그래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사랑에 빠지거나,
말투가 시원시원한 분들과 통화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항상 궁금했다.
기분 좋았던 목소리와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전화상의 목소리로 환상만 키워오다가 정작 대면을 하게 되는 순간,

'엥?!'

물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했거늘 참 아쉬웠던 적이 꽤 있다.
그래도 다행히 이 분들은 직접 만나게 되었을 때 사람이 돌변하지는 않았다.
통화 속에서 나눴던 대화의 느낌은 웬만해서 바뀌지 않았다.

이런 기분은 사회생활에서만이 아니라,
카톡이 없던 시절 수없이 했던 소개팅 초반 통화에서 많이 느끼기도 했다.

목소리 좋은 건 그냥 거기서 끝나야 하나 보다.
아무튼 역시 목소리는 사람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2. 로 만나면 무섭고, 말로 대화를 나눠야 유연해지는 사람


요즘은 회사에서도 메일이나 문자, 카톡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랑 지금도 많이 달라졌다. 웬만해서는 비대면이다.

예전부터 나는 말보단 글이 편했으니,

'이제는 나의 시대가 온 가?' 싶었다.


하지만 이건 무슨! 

직접 만나면 5분 안에 할 얘기가 문자로 하면 시간이 배로 걸리는 건 부지기수.

특히 감정을 전달해야 할 때나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경우는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다.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인사 관련 또는 민감한 일 등 중요한 이야기는 자로는 하면 안 되데 문자로 전달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직접 만나 눈을 마주치고 얘기해야 한다. 사람 간의 예의이기도 하다.


글로 만나는 관계

그 외엔 대부분 업무상으로 필요한 내용의 문자나 메일 소통이 이미 모두에게 익숙해진 상황.


글로 주고받으면 정보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 좋다. 말로는 긴가민가한 정보가 제대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의도를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생기고,

문자로 전달하는 것이다 보니 시도때도 없이 오고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쉬는 날이고 밤낮이고 업무 시간이 24시간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인의 비애다.


최근 부쩍 사람들과 메일이나 문자로 소통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사람에 대한 불일치를 경험 중이다.


안 됩니다.


업체 담당자 한 마디에 더 이상 글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엊그저께는 이모티콘(^^)을 날리더니 이렇게 단호할 수가 있나.

물론 각종 이모티콘에는 인간관계의 함정이 숨어있기는 하다. 겉치레다.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빈틈도 안 줄 것 같은 차가웠던 이분,

직접 통화로 설명해드려야겠다 해서 전화를 하면 되려 말투가 부드러워진다.


네, 저희도 더 잘해드려야죠.
얘기 한 번 해보겠습니다.


분명 글로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는,

직접 만나 이 얘기 저 얘기 하다보면 조금은 빗장이 풀려있다.


방금 문자로 얘기하다 나에게 단호한 말로 상처낸 그분이

지금 대화하고 있는 이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다시금 혼란스럽다.


애초에 전화로 얘기하며 풀었어야 하나보다 싶다.

도대체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시어머니가 있는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냥 맘 비우고 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하며 사람을 대할 때 그저 내 영혼을 너무 많이 담지는 말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뿐이다.




이렇게 소통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인격체를

마나 더 만나봐야 할까?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은 아닌가?


가까운 사람이든,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든,

의사소통 방법에 상관없이 일관성 있는 모습이 가장 중요함을 느낀다.


나도 지금껏 오래 사회생활하면서

나름 많이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시대가 지날수록

인간관계는 참, 어렵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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