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험소녀 Oct 03. 2022

이제는 책상을 정리할 때

재정비의 시간

붙잡고 있던 일을 내려놓은 지

2개월이 훌쩍 흘렀다.


그동안 맘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 계획한 일들,

시간이 충만해지면 당연히 모두 해내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솔직히 두 달 동안 멍하게 보낸 시간이 많았다.

글을 쓰고, 그간의 콘텐츠를 정리하고,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도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


내 머릿속은 마치 지독하게 어지럽혀진 책상처럼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수많은 글과 문장들은 공중에 떠돌아다니며 나를 한없이 약올렸다.

브런치에 오랜 시간 글을 올리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무 것도 정리되지 않았고, 정리할 수도 없었고, 정리할 시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기 작가도 아닌지라 의무감마저 흐릿해졌던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내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의 것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의 법칙이 있는데,

러시아 상황 때문에 지금껏 내가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선보이기조차 조심스러워졌으니

나는 잠시 세상에서 없어진 사람과도 같은 상태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러시아만 붙잡고 살던 이들은 모두가 어려워졌고, 실제로 생업을 찾아 다른 길을 떠난 사람도 많다.

그래도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든 돌아올 생각들을 한다. 러시아라는 나라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의 그 마음을 나는 너무도 잘 안다.


나도 덕분에 어려운 시기에 한발 물러서서 삶을 돌아보고 충전할 시간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무기력한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지금까지의 내가 참 대견하기도 하다.

일에서만큼은 존재감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나 없어도 세상은 다 잘 돌아가고 있으니.


확실히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 와보니 현실이 예전과는 또 다르게 확 다가온다.

전염병과 세계경제 위기의 여파로 조금은 더 춥고 조금 더 삭막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책상을 제대로 재정비할 시간이 온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려 한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나에만 매몰되지 않는 자세로,

나만의 강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여전히 세상에서 없어진 사람 같아질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일만이 세상의 일은 아니니 말이다 :)


나의 새로운 소질 중 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정말 같은 사람이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