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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Dec 22. 2022

중앙아시아 도시 산책 - 카자흐스탄(1)

거대한 영토 속 극심한 온도차

같은 중앙아시아라도 국가마다 분위기는 참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우즈베키스탄이 정겹고 아날로그적인 친근감이 들었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카자흐스탄은 살짝 거칠고 상업적인 분위기로 다가왔다.


도시 생활은 우즈베키스탄보다 편의가 좋고 선진적인 환경이다.

카페에서 QR 코드로 메뉴를 확인하거나, 우리의 카카오페이처럼 현찰 없이 Kaspi로 결제하는 등 꽤 디지털화된 모습도 발견했다.


물론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어가 더 많이 통해서 편하긴 했지만 정서적 거리감이 느껴진다.

내 편견으로 인한 것일지도 모르나, 아마도 영토의 광활함, 카작 유목민의 습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카자흐스탄은 영토 면적으로만 세계 9! 북으로는 러시아를 접경하고 남으로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현재의 수도인 아스타나는 조금만 올라가면 러시아가 나올 정도로 북부에 있고,

상업의 중심지이자 옛 수도인 알마티는 키르기스스탄 국경과 가까운 남부에 위치한다.


같은 나라의 두 도시가 이토록 멀리 떨어져있으니, 온도차는 많이 날 수밖에 없다.

물리적 기온차뿐만 아니라 도시 간의 분위기 차이도 있다.




1. 황량한 수도 아스타나


카자흐스탄 북부에 위치한 아스타나Astana는 카자흐어로 '수도'라는 뜻이다.

정말 정직한 이름 아닌가?

하지만 수도의 명칭은 세월을 거듭하면서 여러 번 바뀌었다.


아크몰라 → 아스타나 → 누르술탄(전 대통령 이름) → 아스타나


결국 아스타나로 다시 돌아온 것도 불과 2022년 9월의 일이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30년 가까이 카자흐스탄을 통치한 인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수도에 이름이 붙을 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련 붕괴와 독립 이후에는 남부 알마티가 수도였으나, 1997년 이곳으로 천도했다.

행정수도로서 기능을 하고 있지만 아쉬운 건 기후와 접근성이다. 지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위도가 상당히 높은 편으로 주변 지리는 황량하다. 게다가 내륙에 위치해 날씨가 시베리아처럼 춥고 바람이 많이 불며 겨울이 길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 중의 한 곳으로 꼽힐 정도.


눈 내린 아스타나, 카자흐스탄 석유가스 회사와 에너지부로 사용되는 건물을 배경으로
바이테렉 타워를 배경으로. 표지판에 카자흐어와 함께 러시아어, 영어가 병기되어있다.


11월에 방문한 아스타나는 춥고 황량했다.

눈이 날렸고 잘 지어진 건물들이 늘어져있었지만,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2017년 아스타나 엑스포 개최로 나름의 도약을 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그 효력은 오래 가지 못했던 모양.


그래도 엑스포가 개최되었던 장소는 도시 랜드마크가 되 있다. 카자흐스탄의 실리콘밸리인 아스타나 허브, 아스타나 IT 대학 등이 소재하고 있어, 젊은 창업인들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


2017 아스타나 엑스포가 개최되었던 장소. 지금은 창업 및 다양한 분야의 공간으로.


리고 수도의 상징물과도 같은 바이테렉 타워 수도 옮긴 것을 기념해 건설했는데 높이는 97m. 천도한 연도인 1997년에 맞춘 수치다.


'바이테렉'은 카자흐어로 포플러나무라는 뜻으로, 꼭대기는 마치 새가 알을 낳아둔 둥지처럼 보인다.

바이테렉 전망대에 오르면 멀지 않은 곳에 대통령궁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스타나 바이테렉 타워
바이테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좌측 멀리 돔이 보이는 건물이 대통령궁.


시원스레 쭉 뻗어있는 도시는 참 잘 조성해놨다 싶지만,

정작 거리는 황량하고 사람들의 온기가 느낄 수 없어서인지 유령도시 같다.


놀랍게도 수도 사람들은 대부분 거대 쇼핑몰 안에 가서 만날 수 있었다.

이곳 쇼핑몰은 가는 곳마다 엄청난 규모라 놀랐는데, 그렇게 길거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사람들이 쇼핑몰 실내에 가득한 걸 보니 사람이 활기있게 살아가는데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스타나 거대 쇼핑몰 메가 실크웨이와 한샤티르. 카자흐스탄 거대 국기가 인상적이다.


2. 사과의 도시 알마티


아스타나에서 남쪽으로 비행기 1시간반 거리에 위치한 알마티Almaty.


옛 수도지만 여전히 알마티가 지금의 수도 아스타나보다 더 활기차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후 때문이 아닐까.


카자흐어로 이름 뜻도 '사과의 도시'다.

보통 사과는 햇살 좋은 곳에서 많이 나지 않던가?


사과의 도시 알마티


아스타나가 큼직하다면 알마티는 세밀하고 촘촘하게 구성되어있다.

옛날 소련 느낌의 건물과 신식 건물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성된 도시의 느낌이 든다.

길거리 사람들은 한층 활력을 띠고, 도로에는 자동차도 상당히 많이 있어 교통 체증이 심할 때도 빈번하다.


알마티의 아르바트 거리뿐만 아니라, 구석구석 골목과 도시 곳곳의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긴다.


현지인들의 도시 산책
알마티 가을 풍경. 우측 사진은 보행자용 판필로프 거리


알마티 판필로프 28인 공원(독소전쟁 당시 독일군에 사망한 결사대원들을 추모하는 공원) 안에 있는 

젠코프 정교회 성당은 그 색감이 멀리서 봐도 너무나 아름답다.

알마티에서 가장 아름답고 클래식한 건축물이 아닐까 싶다.


알마티 판필로프29인 공원의 젠코프 성당


한편, 현지인 운전 매너는 너무도 거칠었다.

도로에서 사정없이 빵빵거리며 요리조리 피해서 가는 차 안에서

놀란 가슴을 몇 번이나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도시에서도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천산


알마티 시내에서는 멀리 천산이 보인다.

'톈산'이라고도 부르는 이 산은 중국과 키르기스스탄에 걸쳐있는 거대한 산맥을 이룬다.

덕분에 자연 경관은 참으로 멋지지만, 높은 산들이 도시 주변을 감싸고 있어 지금도 석탄을 는 이곳에서 유해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 매연이 머물러 겨울이면 스모그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끼는 날이 많아 생활에 불편함을 준다.

스모그로 눈앞이 안 보이고, 공기를 마시고 나면 목이 칼칼할 정도다.


그래서 알마티의 부촌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천산 올라가는 길목에 주로 형성되어있는 건가 보다.


어느 건물 내부에서 천산을 병풍삼아


알마티에도 서울 남산 같은 곳이 있다. 바로 1,130m의 콕토베다. 

케이블카를 타면 전망대까지 오른다.


콕토베 정상의 관람차


여기서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데,

나는 아쉽게도 스모그가 있는 날 올라가 뿌연 스모그 속에 갇힌 도시만 보다가 왔다.

아마도 전망 좋은 날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콕토베에서 내려다본 스모그 낀 알마티


콕토베에서 제대로 전망을 즐길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조금만 더 시간을 내서 천산의 침불락에 올라가 멋진 절경을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곳은 갈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

물론 고산병이 없어햐 한다.




이토록 지금의 수도와 옛 수도는 다른 느낌을 준다.

영토가 크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같은 시기에 갔는데 극명한 온도차를 느꼈다.

한곳에서는 첫눈을 보았고, 다른 곳에서는 단풍이 물든 황금 가을을 만났다.

한 나라에서 두 개의 계절이 공존하는 진기함을 경험했다.


그래도 기왕이면 사람의 온기가 있는 도시가 낫지 않을까.

 

알마티의 연말 풍경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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