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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Dec 23. 2022

중앙아시아 자연의 선물 - 카자흐스탄(2)

대자연이 주는 호연지기 자세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주요 도시 풍경은 지난화 참고.


프리랜서 이후 무언가 일을 도모해보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처음 발걸음한 건 2018년 겨울.

무엇보다 러시아어가 통해서 좋았고, 첫인상도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살기 괜찮은 도시.

쇼핑몰이 우리나라만큼 잘되어 있었고, 대부분 규모가 커서 조금만 둘러봐도 다리가 아팠다.

우리가 알 만한 프랜차이즈들도 꽤 많이 들어와있는 상업도시였다.

카자흐스탄의 1인 GDP가 이웃나라 우즈베키스탄보다 무려 5배가량이 높으니,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돈을 쓰고 싶게 만드는 공기랄까.


상업도시 알마티의 대형 쇼핑몰


하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유목민적 특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했다.

비즈니스 미팅에약속을 잘 지키지 않기로 유명했고, 말만 하고 제대로 성사되는 것들은 많지 않다는 경험담들이 수두룩했다.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잘해놓고 사는데 그런 습성이 있다고?'

멀쩡하게 잘사는 이 도시의 모습만 보면 안 그럴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대자연을 만나보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들이 어떤 민족인지.




나는 스키를 제대로 탈 줄 모른다.

그런데 스키장에 가기로 했다. 그곳이 알마티 남부에 위치한

침불락(Shymbylak)이라는 유명한 스키장이었기 때문!

비록 스키는 못 타도 설산의 풍경을 즐겨보고 싶어 선뜻 오르게 된 것이다.


산이 얼마나 높은지 케이블카와 리프트를 갈아타야 다.

케이블카 타고 오르는 길에 보이는 대자연의 풍경은 꿈 속에서나 볼 법한 신비한 모습이다! 거대한 자연 속에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눈 쌓인 산과 그 사이 줄 하나에 매달려 가고 있다니, 인류의 위대함도 새삼 새롭다.


침불락을 오르며 아랫쪽로는 널따란 얼음판이 보인다.

빙상 경기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메데우Medeu 노천 스케이트장이다.

아무리 큰 빙상이라지만, 멀리서 보니 스케이트 즐기는 사람들이 개미보다 더 작보였.

이토록 무대가 넓으니 얼마나 신날까?


가운데 타원형으로 파인 곳이 메데우 스케이트장. 사람들이 점처럼 보인다.


침불락 정상 높이는 3,200m.

고산병 있는 사람이면 오르지 못한다는데 정상까지 와도 아무 탈 없는 걸 보면, 

다행히 나에게는 고산병은 없는 걸로!


침불락 정상 풍경. 해가 보일듯 말듯 구름에 가렸다.
침불락 정상에서 그냥 걷거나, 스키 또는 보드 타는 사람들
오스트리아, 스위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특정 국가의 도시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 아쉽게도 한국은 없다.


정상에 올라와 보니 멋진 대자연에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한편으로는 스키를 탈 줄 모르는 스스로가 괜시리 원망스러웠다.

이곳의 눈 상태도, 슬로프도 정말 최상의 컨디션이었에, 그냥 왔다만 가기에는 너무 아깝기만 하다.


침불락 정상에 위치한 통나무집 카페 내부


정상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사진 찍으며 한참을 대자연을 감상했다.


멍을 때릴 만큼 때리고 걸음을 돌리려는데,

어떤 타지키스탄 사람이 다가와 사진 찍어줄까 물어보더니 말을 걸어왔다.


러시아어 할 줄 아는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어쭙잖은 실력으로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는 나에게 함께 사진 찍자 한다. 초면에 몇 마디 나누고 사진까지 찍자니 스스럼없는 모습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스키 타고 거닐던 나를 심심하지 않게 해줘 고맙기도 했다.

 

침불락의 풍경. 정상에서 만난 초면 친구(?)가 찍어준 사진


침불락은 셔터만 눌러도 작품인 곳이었다.

꼭 스키를 배워서 다음에 오게 된다면 높은 슬로프를 달려봤으면 좋겠다.


그런데 급한 경사에 어떤 안전장치도 되어있는 것 같지 않아 보여 겁은 좀 날 듯하다.


침불락 정상에서 몸푸는 사람들
침불락 리프트
침불락 가는 길 이정표. 3개국어가 적혀있다.




이렇게 침불락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대자연의 일부를 만났다. 그 외에도 에코 투어로 좋은 포인트들이 많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이 유목민적인 습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대지가 주는 일종의 기운이나 기개로 인한 게 아닐까.

평생을 이곳에 살아온 현지인이라면 자연에서 받는 에너지의 영향이 분명  것이리라.


비록 당시 갔던 나의 일이 잘 성사되지는 못했지만(카자흐스탄이라 그랬을까?), 후회는 없다.

나 또한 이들처럼 대자연이 주는 호연지기로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 고자 하는 마음을 얻었으니.


침불락 자연 속 한없이 작아 보이는 리프트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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