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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Mar 08. 2018

따뜻한 남쪽, 로스토프 나 도누

카프카스 가는 길목

러시아라고 춥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땅덩이가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역도 존재한다. 모스크바에서 남으로 내려가면 기후가 한결 온화해져 러시아인들도 휴양하러 가곤 한단다.


대표적으로 2014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흑해 연안 '소치(Сочи)'가 그나마 우리에겐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소치보다 큰 러시아 남부의 수도, 러시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록 모험소녀가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이름이 왜 이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경기 중 우리나라가 멕시코와 겨룰 러시아 남부 최대 도시,

이름마저 생소한 '로스토프 나 도누(Ростов-на-Дону)'!

이 다소 긴 이름은 '돈 강에 위치한 로스토프'란 뜻으로, 영어식 표현에 따르면 '로스토프 온 돈(Rostov on Don)'으로도 쓰인다.


낮보다 아름다운 로스토프 나 도누의 밤(출처: gelio.livejournal.com)


도시명이 긴 이유는 다른 로스토프 시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에 부연 설명을 붙였기 때문. 그냥 '로스토프'라 하면 모스크바 북동부의 옛 도시들(황금고리: Золотое кольцо 잘라또예 깔쪼)에 해당하는 ‘로스토프 벨리끼(Ростов Великий)’가 먼저다. 그러니 남부 돈 강에 있는 로스토프는 달리 불러야 하는 수밖에.


로스토프 나 도누는 인구 규모만 보면 약 113만 명에 러시아 10위 도시이다. 생각보다 작지는 않아도 모스크바에 편중된 인구(1천250만 명)를 감안하면 그리 큰 편도 아니다.


수도에서 무려 1,100km 떨어진 이 곳을 그나마 가깝게 여기는 걸 보면 러시아는 가히 대국이긴 한 것 같다.


로스토프 나 도누의 지리적 위치(출처: 구글 지도)


카프카스(Кавказ)로 가는 길


로스토프 나 도누는 지리적으로 흑해로 이어지는 아조프 해와 가까운데, 도시의 온화한 기후는 그 덕을 좀 보는 것 같다. 아조프 해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접경하고 있다. 거기서 조금 더 남으로 가면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끼어 있는 코카서스(카프카스의 영어 표현) 3국인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가 나온다.


그래서 흔히 로스토프 나 도누를 "카프카스로 가는 문(Вотора Кавказа)"이라고도 칭하고 있다.

그 만큼 이곳은 남부 러시아 교통의 접점이 되는 도시인 것이다. 또한 러시아 중부에서 시작해 고요히 남부 아조프 해로 흘러 나가는 약 1,900km 길이의 돈 강 하류에 위치해 더욱 운치를 더한다. 하류 강줄기는 상류보다 잔잔하여 이 도시와도 참 어울리는 듯하다.


이 도시가 좋다! (출처: turisticum.ru)


아, 돈 강!


돈 강(река Дон)은 또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정 러시아로부터 도망쳐 남부 변경에 자치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했던 카자크 삶의 터전이기도 했던 곳이 바로 돈 강 유역이기 때문.


카자크의 혁명 속 삶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소설이 <고요한 돈 강>이다. 196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작가 숄로호프의 장편 소설이다.

규모부터 겁나는 소설 <고요한 돈강> (출처: www.bookoa.com)


도서관에 갈 때마다 <고요한 돈 강>은 항상 빌려 읽기 무서울 정도의 포스를 내뿜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장장 7권에 한자가 써있는 책도 있다. 이런 옛날 책들을 보면 왠지 유물을 보는 느낌. 스토리도 그 모습만큼이나 유쾌하기보단 힘겹다.


로스토프 나 도누는 그냥 외관만 봐도 아름답다.

항구 도시에 물과 조화된 곳이다. 돈 강과 이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교량, 거기에 멋스런 건축물이 일구어내는 도시 풍경은, 누군가에게는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보다도 더 멋진 곳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거기다 기후까지 온화하니!


로스토프 나 도누의 멋진 쩨메르니쯔키 교량(Темерницкий мост) (출처: airgorod.ru)


한편으론 이 따뜻한 기후 때문에 스탈린 시절 강제 이주 당한 한인들이 남부 곡창지대에서 벼농사를 짓게 만들어 이 지역에만 2만 5천여 명의 고려인을 남기기도 했다.


표트르 대제의 딸 엘리자베타 여제 명으로 1749년 세워진 무역 센터가 이런 멋진 도시로 성장하여 숨겨진 보물처럼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러시아어 전공자조차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도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로스토프 나 도누의 매력만큼 이번에 새로 지어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도 무척 기대된다. 4만 5천 여명을 수용하게 될이 경기장은 돈 강을 바라보며 정사각 형태로 세워올린 멋진 로스토프 아레나(Ростов Арена)! 이곳은 앞으로 두고두고 유명 관광지가 될 것만 같다.


하늘에서 본 로스토프 아레나(출처 : tekkos.ru)




러시아는 알아갈수록 참 신기하고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덕분에 좁았던 러시아에 대한 시야가 점차 넓어지고 지식은 더 깊어지는 기분이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알아가야 할 것들이 훨씬 더 남아있지만!


역시 나에겐 볼매 그대, 러시아.



★ 본 글에 게재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표지사진 출처: airgorod.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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