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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May 19. 2020

껄끄러운 관계에 의연해지기

문득문득 나를 괴롭히는 사람 관계

사람들과 충돌을 싫어한다.

그래서 불편해도 '그냥 내가 힘들고 말지'

매번 양보하며 사람들 관계에 임해왔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회사에서 퇴사하겠다는 말이 목까지 차올라 표정이 굳은 나에게 어떤 분은 '크렘린 같다' 했었다.

이처럼 입밖으로 내뱉기 전까지 사람 속은 추측은 할 수 있을지언정 속속들이 알기는 참으로 어렵다.

심지어 듣는 말조차 믿기 힘든 세상이거늘.


역시나 사람 속은 이해하기 어렵다.


의기투합으로 함께 잘 해보자며 한결 같이 대해주던 사람이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리는가 하면,

수년을 함께 어려운 시간 동고동락한 오랜 친구와는 몇 번의 카톡 메시지 이후 갑자기 완전 멀어져버렸다.

모두 작년 부지중에 순차적으로 벌어진 일들.


내가 무슨 실수를 했을까?


마치 시험의 결과물 받은 후 반성하듯 항상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 또한 평소 진득한 나를 믿어줬던 걸 알았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물론 내가 그들에게 큰 잘못을 했거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고도 몰랐을 수 있다. 나도 사람인데, 남 좋자고 충성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잠시 푸념도 좀 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이해 못할 관계였을까.

기분이 상했다 해도 함께 했던 시간들을 한 순간 묵살해버리고 소통을 차단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내가 그들을 잘 안다고 착각했던걸까?

차라리 대놓고 나에게 '이런 점은 맘에 안 든다' 그때그때 말해줬으면 서로 속이라도 편했을 텐데 말이다.


나름대로 사회 생활하며 모나지 않게 인간 관계를 유지했다고 생각했건만

문득 오랜 관계가 끊어져버린 작년의 결과를 돌이켜보니 내가 헛살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가 그들에겐 참 별로인 사람이었구나, 내 방법이 잘못된 거였구나, 혼자 자기반성만 하게 된다.


아예 안 보고 살 수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일이나 다른 상황에 만날 일 있는 관계면 상대방 이름 석자만 봐도 마음이 즉각 반응한다.

그야말로 마주치면 껄끄러운 관계다. 전남친을 우연히 마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불편함이다.


뒷통수 맞은 느낌의 당시 상황만 생각하면 갑자기 화병이 오를 때도 있다.

아직 시간이 덜 지났나 보다.


하지만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나의 생각도 어쩌면 강박이다.

내가 어떻게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남을 수 있겠는가?

나 또한 누군가에겐 악역일지도, 또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한 사람일지 모른다.

같이 보낸 시간이 길다고 한들 그 만큼 관계가 끈끈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이건 좀 서글프지만, 상대방과 내가 생각하는 '같이 한 시간'의 무게는 다를 수도 있다.


나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지 그들의 삶을 살아주는게 아니다. 억지로 좋게 보일 필요 있을까.

껄끄러운 관계에서는 부디 의연해지고,

기존 내 사람들과 더 잘 지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지혜로운 처방이다.

그들이 내가 형성하고 있는 관계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괜히 그 관계를 회복하려 신경쓰다 마음만 더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까지 멀어지지 말자.


껄끄러운 관계의 그들에겐 나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남아있을지언정,

내선에서 최선을 다해도 결과물이 의아하다면 굳이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 애쓰진 말자.

애초에 내게 리지 않는 문제가 찾아든 거였을 수도 있다.

화가 나면 그냥 스스로 그들을 용서하는 것으로 끝내자. 그렇게 자유로워지자.


누가 속시원하게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 관계라는게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면 좋겠지만 불규칙한 것 투성이라 자기만의 해답이 필요하다.

가끔은 내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때 그 사람의 그런 상황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려니 흘려보내자.

다시 만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껄끄러운 관계에 아무렇지 않은 듯 대할 수 있게 말이다.

그래야 이 긴 인생 평온하게 물결대로 흘러갈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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