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 그 가치는 얼마인가요?

스스로 평가절하한 프리랜서의 삶을 사는 건 아닌지

그렇게 하시면
비용은 얼마 정도가 좋을까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종종 듣는 신세계(?) 질문이다.

내가 종사하는 러시아 분야가 보편성은 떨어져 일거리가 자주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했던 일을 돌아 보면 노동의 대가는 다양한 가격으로 형성되어있다.

단가가 정해져서 내게 일방적 통보와 함께 양해를 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역으로 질문을 해오는 곳이 있다.

프리랜서 초보에겐 기준이 없어 난감한 질문이다.

마음 같아선 높이 불러서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 만한 결과물을 내려면 아무래도 더 부담은 된다. 물론 비용이 적다고 신경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한 만큼 받는 게 이상적인데, 누가 그걸 판단하겠는가?

결국은 내 스스로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걸 생각할 겨를 없이 나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많다. 

당장은 하나씩 쌓아가며 알리는 게 중요하지, 비용은 부차적 문제라 생각해 의뢰에 흔쾌히 수락하는 편이다.

늘 최선을 다하지만 매번 이런 두 가지 질문이 돌아온다.

"그들이 다음에 나를 또 부르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을까?

혹시 난 스스로를 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회사에서는 '나만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상사와 회사 사람들,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할 뿐이었고 그게 커리어 세계의 전부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월급은 내가 잘하든 못하든 매달 들어오기는 했다. 공들여 한 일에 대한 보상은 월급이 전부였다. 가치를 매기기 어려웠다. 야근을 하고 결과물을 내도 누군가의 만족을 채워주는 걸로 끝났다. 그게 조직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나의 이름을 걸고 글을 써내려간다.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누군가에게는 별 거 아닌 콘텐츠겠지만,

어쨌든 도마 위에 올라가 온전히 세상의 평가를 받는 위치가 됐다.

그렇다면 나는
내 일에 얼마의 가치를 매기고 있는가?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 우물만 판 프리랜서의 삶 5년,

그래도 오랜 직장의 이력과 나름의 깊이가 생겨 무언가 다른 점은 있다고 자부하고 싶다.

그래도 나는 관계와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차마 '이것밖에 안 주시나요'가 입에 떨어지지 않아, 스스로 알게 모르게 평가절하시킬 때도 있다.

아는 사람이 더하다.

나의 이런 습성을 알고 알뜰히 살뜰히 이용하는(?) 분들을 보면 가끔 슬프지만, 이 또한 내가 어중이떠중이처럼 보여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를 체감할 수 있게 그들에게 더 좋은 결과물을 내서 본때를 보여주곤 했다.

분명한 건 나는 무슨 일이든 다른이들이 매기는 가치 그 이상으로 항상 노력하고 고민해서 임하는,

'요령 피울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은 충분히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는 사실이다.

일이 가격으로 평가되고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게 프리랜서의 현실이지만,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달려가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도 기왕이면 나의 가치를 인정 받고 역시 많이 받는 게 좋기는 하겠지...(!!!)

속물이라서 하는 생각이 아니고 동기부여를 위해서도,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서도 대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나도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더 많이 노력하고 시대에 맞게 움직여야 함은 물론이다.

나에게는 그저 넘치는 자신감, 때로는 뻔뻔해질 수 있는 용기만 더해진다면 바랄 게 없겠다.

또 누구보다 신중하고 명확하게, 공감의 메시지로 만들어 나가는 나만의 러시아 콘텐츠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져도 좋다!

자신에게 만큼은 후한 점수를 아낌없이 주자.

그렇게 살려고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한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