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험소녀 Jun 25. 2020

[나를 인터뷰하다1] 내가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

한러수교 30주년 맞이 러시아와 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2020년은 한러수교, 정확히 한국과 당시 소련이 외교 관계를 맺은지 30주년 되는 해이다.

숫자가 주는 의미가 무엇이 중요하겠냐마는 그래도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고, 유난히 올해가 기대됐었다.

그러나 연초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계획했던 일들, 생각했던 것들이 대부분 취소 또는 연기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지금은 어디도 못 가니 기분이라도(?)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시원스쿨 러시아어*가 기획한 '한러수교 30주년' 온라인 토크콘서트에서 러시아 보따리를 조금 풀었는데,

영상에서 미처 언급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쉬운 마음에 '나를 인터뷰하다' 스크립트로 남겨본다.  

*아마도 '시원스쿨에 러시아어도 있어?'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러시아어 인강으로 추천한다!




Q1. 어떻게 여행작가가 되었는지?

인생을 살다 보면 늘 예상 밖의 길을 만난다. ‘여행작가가 될 거야’ 해서 된 건 아니다. 원래는 러시아어 전공자였고 직장인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애정을 이어왔고 전공어를 살려 입사했지만, 회사 일을 하며 전문성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다. 러시아는커녕 닥치는 일만 급급하게 하면서 보내다 20대를 다 흘려보내고 말았다. 뒤늦게 퇴사를 결정한 후, 우연한 기회에 감사하게도 러시아 관련 활동으로 러시아 전문 팟캐스트 '보드카 먹은 불곰'에 참여하게 되면서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그 인연으로 만난 서병용 작가님과 지금까지 없었던 <이지 시베리아 횡단열차> 가이드북을 공저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서 국내 최초 블라디보스토크 가이드북인 <Tripful 블라디보스톡>도 출간했고, 지금은 러시아 여행 콘텐츠를 활용하여 대중에게 러시아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전에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덕분에 여행만 해본 사람과는 달리, 여행을 통해 세상과 사람들을 조금은 더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점, 많은 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러시아를 나의 느낌과 함께 좀 더 친근하게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은 나만의 강점이 된 것 같다.


Q2. 러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 시작은 여행이 아니었다. 언어 선택이 결정적이었다. 운이 좋게 들어간 외국어고등학교 희망 언어를 선택하던 당시 뻔하지 않은 언어를 하고 싶었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 영어나 중국어, 독일어는 아니어야 했다. 문득 왠지 암호같은 문자의 러시아어를 할 줄 알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좋은 성적으로 외고에 합격한 건 아니라 비록 희망 언어와는 많이 멀어졌지만 덕분에 러시아어를 만나게 됐다. 그렇게 처음 접한 러시아어는 신세계였고,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 대학 전공도 주저없이 러시아어를 택했다.

언어에 흥미가 생기니 러시아에 가고 싶어 졌다. 가서 봐야 이 나라가 어떤지 알 것 아닌가. 그렇게 모스크바로 떠난 교환학생이 나의 첫 러시아 여행이고 생활이었다. 주변에서 잔뜩 겁을 준 것과는 달리 러시아는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더 매력적인 곳이었고, 나랑 무언가 닮아 있어 잘 맞다고 생각했다. 교환학생을 계기로 러시아와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겨났다. 또 운좋게 러시아어를 살려 입사를 하게 됐고, 이후 회사에서도 매년 한 번은 여행이나 출장을 러시아로 갈 만큼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현지 근무 기회도 가지게 되면서 점점 러시아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갔다. 지금은 직장을 내려놓았지만 러시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삶으로 일구어 가는 중이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순전히 러시아가 좋아서 선택한 결과이며,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Q3. 러시아는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는지?

알면 알수록 새로운 속살을 드러내는 양파 같고, 진하게 우려낸 사골 육수 같은 나라라고 할까? 러시아 문학 작품이나 발레, 음악, 연극, 영화 등 예술, 우주과학 분야에서 이미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러시아는 유럽의 배경을 가졌지만 영혼은 아시아에 더 가깝게 느껴져, 이를 체감할 때마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러시아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처음 경험한 2004년의 모스크바는 인터넷도 많은 돈을 주고 설치해야 하고 접근성이 많이 떨어져 그저 아날로그 현실에 답답했는데, 불과 몇 년 사이 정보통신이 급속히 발전하게 되면서 무선 인터넷도 대중화되었다. 한국보다 택시 앱도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그 흡수력이 엄청나서 놀라웠다. 매년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마다 하나하나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로 빨랐고 ‘보통이 아니구나’를 실감했다. 수도의 급부상, 그리고 여러 가지 대외적 이유로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도 빠르게 변화되고 있었다.


Q4. 러시아만의 가치가 있다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러시아의 가치는 엄청나다. 우선 러시아는 세계에서 영토 1위 국가로 그야말로 대국이다. 한국, 그리고 한반도와 지리적으로나 관계적으로도 가까운 사이이다. 북한 길만 열린다면 우리는 육로로 얼마든지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유럽까지도 뻗어 나갈 수 있다.

고려인 동포도 우리와 러시아를 이어주는 의미가 된다. 19세기 연해주로 건너가 삶을 일군 한인들, 즉 고려인은 강제 이주와 소련 붕괴로 러시아 및 CIS 전역에 흩어졌지만 굳건히 현지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1957년 소련 시절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닉'을 발사할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했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들의 뛰어난 항공우주 기술이 있었다. 음악, 발레, 미술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러시아가 유럽의 것을 받아들여 나중에는 자기만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여, 지금은 세계적으로 '러시아의 것'으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물론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음악에 맞춰 아름답게 펼쳐지는 발레 공연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Q5. 많이 듣는 러시아에 대한 오해나 편견, 어떻게 풀어주고 있나?

러시아에 대한 편견은 '러시아는 멀다, 사계절이 춥다, 러시아 사람들은 무섭다, 술을 많이 마신다, 곰을 애완 동물로 키운다, 백인만 있다' 등 정말 다양하다. 이런 오해나 편견들은 러시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 하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당연시하게 된 것들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나는 러시아에 직접 갔다와 보면 그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말한다. 가장 가까운 러시아가 비행기 2시간 거리에도 존재한다는 건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을 다녀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곳 사람들이 생각보다 순박하고 정이 많으며(특히 지방도시 사람들은 더 그렇다), 민족 또한 다양하다는 걸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그밖에도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은 꽤 많은데 그 모든 것들은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다.

직접 가보기 어렵더라도 요즘에는 유튜브, 팟캐스트, SNS 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하여 러시아의 진짜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니 기회는 많다. 나 또한 거기에 기여하고 있다.



*내용을 담은 영상(시원스쿨 러시아어 채널 내 3회분):


- [나를 인터뷰하다2]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까레이쯔(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