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험소녀 Mar 08. 2021

애틋과 애증 사이

철없던 딸의 속깊은 부모님 바라기

아빠, 이거 어떻게 해요?
엄마,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우리 아빠 엄마는 못하는게 없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좋은 친구, 때로는 선생님 같이 잘 놀아주고 챙겨주던 부모님의 모습이 어린 기억 속에 있다.

물론 수없이 야단도 맞고 잔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부모님은 항상 나의 큰 산과도 같았다.


나날이 시간이 흘러 나도 직접 사회생활을 겪을 만큼 커보니,

옛날의 우리 부모님이 새삼 너무나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아빠 엄마는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신 걸까? 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시기에 말이다.


한편으로는,

당신들 옛날 생각만 하시며 직장 스트레스나 결혼 시기 상황 등에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부모님이 야속한 날도 있었다. 머리가 커지면서 자기 고집이 생겼고 시대는 자꾸 변했으니, 큰 산이라 생각했던 부모님과 충돌 예삿일이었다. 내가 사춘기를 건너뛰어 그랬는지, 생각해보면 마음이 참 어렸다.


그렇게 싸우고 해하고를 반복하며 각자 청춘 시절을 열심히 지내왔는데,

언제부턴가 상황 체감할 정도로 많이 달라져 있었다. 


뭐든 다 해주실 것만 같던 아빠는 준비 없이 퇴직을 맞셨고, 엄마는 나날이 몸 이곳저곳이 편찮아지셨다.

마음은 쓰리고 안타까웠는데,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나는 아직 철없는 딸인지...


진영아!


이제는 나를 부르는 톤만 들어도 무엇을 원하시는지 안다.

대부분 컴퓨터 아니면 휴대폰 문제인데, 빨리 달려가 도와드리는 것이 당연하건만,

무슨 못된 심보인지 못 들은 척 늑장을 부릴 때가 종종 있다.


"이게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


"아빠, 이렇게 쉬운 것도 몰라요? 이거 그냥 이렇게이렇게...(내가 다 해드리) 하시면 돼요."


말 한 마디라도 잘 면 될 일, 난 또 그렇게 당장 바쁜데 찾으다는 이유로 마음의 소리를 내뱉어 아빠 마음에 '이것도 모르시냐'며 작은 상처를 남기고 만다. 작은 것 하나에도 서운함이 부쩍 늘어버리셨다.

내가 기분 좋게 도와드리면 될 것을.. 왜 그럴까. 매번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렇다. 급변하는 컴퓨터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게 나오면 낯설어하시는 부모님은

매번 어려움을 만나면 혹시 뭐가 잘못될까 나를 찾으신다. 당연한 일이다.


한 번은 도와드리면서 내가  틱틱거렸더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다.


어디 불편해서 앞으로 너한테 물어보겠니? 
차라리 남한테 물어봐야겠다. 너보다 더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아. 그렇다.

그제서야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는 내 모습을 돌아봤다

엄마 아빠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편하게 대했던 나를 반성하게 됐다.


내가 어렸을 때 슈퍼맨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큰 산 부모님은 

이제 주름 더 많아졌고 몸은 쇠약해지셨으며

계속 바뀌는 세상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시는 거다.


우리 자식들을 위해 수십 년 희생하신 시간과 노력,

이제는 좀 편하게 지내실 때인데, 

왜 나는  생각했던 걸까?


그런 마음이 드니, 나는 부모님이 더 애틋해졌다.

지금도 내가 둥지를 단호히 못 떠나는 이유는

결혼을 안 한 탓도, 말도 안 되는 집값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인 것 같다.

가 러시아에서 지낼 때 한국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수많은 위로를, 

이제는 옆에서 딸노릇하며 한동안 계속 갚아가고 싶은 맘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카 육아까지 해주고 계시니 더 안쓰런 맘이라, 매일 살피게 된다.

물론 눈치에 폭풍 잔소리는 피할 수 없지만,

돌아서면 또 잊어버리기 마련이니 

가족이란 이름으로 애증의 동거인으로 산다.


특히 이 코로나 시국 이후 부모님과 더 밀착해 지내면서,

행여나 하는 마음에 난 의도적으로 활동을 확 줄되었다. 어느덧 고령층에 속하게 되신 모님 생각하면 긴장감은 더하다. 매일 특별하진 않아도 별일 없이 지낸 하루가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자기네만 생각하는 사람들, 코로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보면 너무 화가 난다. 가족, 부모님 생각은 안 하나? 건강을 자만하는 건가? 안 당해보면 백 번 말해도 모를 사람들.


아무튼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버렸지만,

여전히 우리 부모님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사신다.

그 의지로 이것저것 하시다 잘 안 되면 나를 힘껏 불러 SOS를 치시고, 새로운 것 하나하나 배워가신다. 

이제는 내가 두 분의 큰 산이 되어드으면 좋겠다. 물론 아직도 티격태격하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시절의 결실을 지켜보며 그 흐뭇함으로 노후를 보내시는

우리네 부모님 세대. 

그 덕분에 지금의 우리도 있으니 참 감사하다.


나도 나중에 가족들에게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랑을 베풀며 살아갈 수 있길.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보통의 사람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