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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Sep 22. 2023

'그냥 좋아서요'가 가진 힘

내적 동기의 중요성, 너희가 창의성을 알아?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창의성과 모든 인간 행복의 기본이다. 이건 대부분의 창의성 이론가의 책에 등장하는 문구이지만, 그들만 먼저 알아서, 혹은 창의성에 관한 이론에 늘 등장하는 단어라서 '나 그거 공부했다는 것을 잘난 체하며 보여주려고'하는 말은 아니다. 행복한 인생의 창조력과 예술의 시발점은 '그냥 좋아서요', 또는 '그 자체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했을 때 '그냥 좋아서요'라고 하면 보통은 상대의 부정적인 반응에 직면한다. 특히 예술가로서 작품을 할 때, 피드백이나 인터뷰 등에서 작품의 동기를 '그냥 좋아서요'라고 하면 왠지 비난받을 일처럼 금기시되고 있는 분위기를 느낀다. 


예술이든 공부이든 간에 어떤 것을 그냥 좋아한다는 것은 최고로 좋은 동기가 된다. 그 자체로의 목적으로 어떤 것을 하고 인생의 선택을 하는 순간만큼 창의력과 행복감이 극대화되는 순간은 없다. 무엇이 좋아야 그에 즐겁게 다가가고, 몰입하고, 고난을 극복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어떤 결과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대인들의 문제는 바로 이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을 조기에 스스로 찾지 못해서 벌어지는 것들이 많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밤새 연구해서 보상도 없는데 미쳐 몰입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일에 대한 보상은 그 일을 필요로 하는 외부의 어떤 대상으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외부의 인자가 기대하는 보상치보다 더 크게 자신의 불편한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원제도에도 꼭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기획의도'라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그냥 이게 너무 좋아서요', '이걸 안 하면 죽을 거 같아서요', '이게 너무 행복해서요'라고 하면 마치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비치면서 절대로 제도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대부분 과정보다는 '결과' 혹은 '성과'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부분 '숫자'와 '돈'이다. 숫자를 늘리거나,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다양한 가치를 갖는 작품이 아니라, 돈과 숫자를 늘리는 작품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래서 창의적 성취에 근간이 되는 내적 동기가 중시되지 않고, 외부의 요인에 따라 정해진 길만 가는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 다시 말해서 어떤 것의 결과에 대한 보상에 따라 정해진 길을 따라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을 중요시한다. 기관이나 학교, 혹은 가정에서 '상장'이나 '보상'등으로 어떤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보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창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이미 이 분야 전문가들도 저서 등을 통해 말하고 있다. 포도알을 주었을 때 착한 행동을 하는 아이보다, 포도알을 주지 않아도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의 가치를 바람직하고 즐겁게 여기는 내적 동기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결과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결과를 숫자와 당장에 보이는 물품과 같은 성과물로만 측정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가치가 눈에 보이는 가치가 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의 가치가 실제 눈에 보이게 되었을 때 단기적인 결과물의 예상치보다 훨씬 더 큰 재화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그냥 좋아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의 이유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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