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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Oct 31. 2023

좀비아줌마와 욕심꾸러기

좀비아줌마가 유리문 앞에 떡하니 서서 웃으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 같은 모습을 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저 기대에 찬 웃음에 어쩔 수 없이 찬물을 끼얹어야 하는데 문 안으로 텅 빈 공간을 보자마자 노련한 그는 벌써 눈치를 챈다.


"작품이 어디 갔어? 또 안 팔아? 어쩐지 연락도 없고 이상하더라니!"

"작품 다 도망갔어요. 없어요! 아무도 안 줄 거예요!"


그는 일부는 예상했다는 듯이 기가 찬 웃음을 짓는다. 나도 안다, 내가 장난감을 줬다 뺐는 아이처럼 황당해 보인다는 것을. 나도 그런 내가 황당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죽기 전에는 작품을 팔고 싶은 생각이 없음도 밝힌다. 이젠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사느니 파느니 하는 단어를 쓰는 것도 싫다.


"욕심꾸러기! 작품 좀 줘! 여기 이렇게 많잖아!"


나는 거듭 미안하다고 말한다. 졸지에 욕심꾸러기가 된다. 나는 내 작품이 좋으니 당연히 내가 갖는다고 말한다. 좋은 걸 왜 남한테 줄까, 내가 갖겠지! 내가 작품을 이고 살든 덮고 자든 그건 내 맘이다. 어떤 가치로도 교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상품이 아니라 작품을 하는 사람이고 작품 팔아 돈 벌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나는 내 작품 모두를 사랑한다. 내 작품들은 내 영혼의 모습이다. 내 영혼을 물질화한 걸 보는 재미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 나에게 창작작업을 하고 예술을 한다는 건 바로 이런 묘미에 끌리는 것이다. 무궁무진한 나를 발견하는 것, 이런 존재를 만든 조물주의 창조력에 감탄하는 것 말이다. 예술은 바로 그런 것이다.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안 팔아도 되는 나는 아직까지는 진정한 부자이다. 나는 부자였구나!


My soul is not for sale!

내 영혼은 안 팔아요!


누군가 한 말을 다시 내게 되뇐다. 여태까지처럼 내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되는 삶을 지속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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