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성비가 있을까?

가성비란 가장 좋은 걸 하는 것

인생에 가성비가 있을까? 지금 느끼는 나의 대답은 인생에 가성비를 생각하면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행복이라는 감정이라면 물건을 살 때 따지는 가성비를 공식으로 대입하기보다는, 좋다는 그 행복한 감정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게 잘 사는 것이라 느낀다. 인생이 논리적인 계산과 가성비와 계획으로 가능한 어떤 것이라면 그건 그 자체로 인생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계획과 논리대로 흘러가는 정해진 인생이라면 얼마나 재미없고 희망이 없는 인생일까?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일정과 계획을 짜고 덤벼들면 그 사람의 인생이 나의 계획 안에 가둬지게 되는 것인가? 

어떤 일화가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별을 따고 싶어서 하늘로 향하고 있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졌으나,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이 인생의 가성비를 따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인생을 계산하고 숫자가 많이 개입하면 예술도, 인생도, 사랑도, 춤도, 그림도, 관계도 다 깨져버린다.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그랬던 것 같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그리로 향하는 그 순간 꼭 별을 따지 않더라도, 별을 향하는 행복한 표정이 그림처럼 남게 되는 인생이 될 것이다. 

나는 내 몸을 움직일 때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춤을 추거나,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지만 스케이트를 타고나면 심장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서 그 설레는 기분을 다시 내 몸이 서 있는 위치에 가져다 놓기 위해 반나절을 멍하니 기다려야 한다. 내가 행복하면 시멘트 계단도 웃는 것 같고, 엘리베이터도 웃는 것 같고, 하늘도 웃는 것 같고, 세상 사람도 다 아름답게 보인다. 행복하다는 느낌밖에는 다른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 순간을 깨는 생각들은 사회나 타인의 잣대뿐이다. '그거 해서 뭐 하려고?'이런 기준 말이다. 그런데 인생이 뭔가를 하려고 살아가는 무엇인 것일까? 그렇게 살면 그 뭔가가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행복한가? 새삼스럽게 새삼스럽지 않은 질문을 해본다. 글쎄, 내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 본다. 아무런 기대가 없는 어떤 순간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무언가를 잘하려고 했을 때, 머리에서 숫자가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서 그 별들은 사라져 버렸다. 내 인생의 하늘엔 별이 여러 개가 떠 있다. 이 별도, 저 별도, 하늘에 자꾸 새로운 별들이 그려진다. 그 별을 꼭 따서 소유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그 별들을 향하는 그 순간이다. 내 인생의 밤하늘엔 큰 별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서 반짝거린다. 나는 그저 그 별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아.름.답.다. 

10월 31일 같은 겨울비가 내리는 날, 가성비 없는 춤을 추고 오면서 아직 하늘을 날고 있는 내 심장에 설레며 '기분이가 너무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