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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Jan 04. 2024

쉬워진 세상, 그리고 기술

더 빠르고 더 쉽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종 번역프로그램이나 맞춤법 검사기는 전혀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요즘은 해당 기술의 신뢰도가 놀랄 만큼 빠르게 발전을 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고, 앞으로도 완벽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그렇지만, 그 활용도에 있어 실제 번역이나 글쓰기의 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만큼 발전을 했다고 본다. 기술의 발전은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되므로, 그 신뢰도와 전문성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언어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술이 제시한 표현이 글의 의도와 일치하는지, 다양한 단어와 문장의 뉘앙스에 적절한 제안인지 구별하려면 이를 검토하는 사람이 이에 대한 분별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앱을 가장 잘 활용할 사람은 이미 해당 언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앱들은 글쓰기나 번역의 과정을 효율적이게 하, 사용자가 아는 표현의 범위를 넘어서는 제안을 함으로써 결과물을 좀 더 전문적이게 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원문의 번역을 감수 없이 완벽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언어를 기계가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때가 살아생전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당분간은 오히려 이런 기술이 해당 분야에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더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은 그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 앱을 통해 최종 에디팅을 시행해 본 결과, 번역작업의 '과정은 달라졌으나' 작업의 결과에 소요되는 시간은 그에 비해 많이는 단축되지 않았다. 어차피 원문의 글을 모두 검토하고 기계가 제안한 것들이 표현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의 수고로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술이 초기 단계에 있었을 때에는 참조할 가치조차도 없을 만큼 그 활용도와 신뢰도가 형편없었으나, 지금은 자동으로 결과된 문장들을 감수만 해도 되는 정도로 쓸만해졌다. 쓸만한 정도가 아니라 그간의 발전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이다. 이 정도면, 해당 언어를 잘 구사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에디터를 별도로 고용하지 않고도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크게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여전히 어느 정도의 시간은 소요되지만, 꾸역꾸역 직접 타이핑을 해서 써 내려가야 하는 단조로운 단순노동과 같은 1차적인 과정을 크게 생략함으로써, 쓰인 문장 위로 마우스를 클릭하며 손보다는 눈과 두뇌를 주로 쓰며 작업을 하는 부분은 나름 편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기술의 발전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소위 말하는 4차 산업이나 최신 기술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소수를 남겨 두고, 단조롭거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을 없애거나 줄임으로써 발생되는 비용절감 효과 등을 노린 것이기도 하므로, 최신 기술을 잘 활용하면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규모를 키우지 않고도 잘 해낼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려 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과거에는 기술이나 규모의 제한 때문에 할 수 없어 정체되거나 포기되었던 분야를 잘 찾아내어, 기술 위에서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고도로 전문화된 두뇌를 갖추어 경계 없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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