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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선 Mar 17. 2024

문득 드는 생각

2024년 3월 17일

투기와, 투자, 예술작품과, 예술작품이 아닌 것에 대해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예술시장이니 예술사업이란 용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예술작품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는 소중한 삶의 일부이지만, 남에게는 그저 쓰레기이거나, 자본주의 놀음에 소용을 당하는 화투짝 같은 거 아닐까. 내 소중한 자식이 부모를 떠나면 남에겐 그저 이리저리 치이는 '남의 자식' 혹은 '천덕꾸러기' 그 이상은 아니듯이 말이다. 그 자식이 그나마 일말의 자본주의적, 혹은 사회적 '소용가치'가 있으면 가문의 결혼이나 사업에 쓰이는, 그저 판돈 걸리는 도박판의 화투짝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작품은 나에게 있어야 작품이지, 작가의 손을 떠나면 그저 장식품이거나 빈껍데기일 뿐이다.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가 달라질 것이다. 물론 남의 자식도 자기 자식처럼 그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소수이지만 분명히 있을 것이다. 천덕꾸러기이나, 화투짝이나, 남에게 팔린 작품이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화투짝도 처음 만든 장인에게나 그것이 소중한 도안이고 공예품이었을 것이다. 가끔 도박판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차이는 화투짝에 어마어마한 판돈이 걸리는 것을 보고 어떤 화투짝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기가 대단해서 사람들이 돈을 건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상상해 본다. 사람들은 돈을 걸고 순간의 재미를 찾기 위해 화투짝에 돈을 던지는 것이지, 화투짝 자체에 뭐 대단한 가치가 있어서 쥐고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판이 끝나면 화투짝은 원래 가진 이십 원도 안 되는 가치를 가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질지도 모를 일이다.


판돈만 잔뜩 올라간 낡은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도 어쩌면 낡은 화투짝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주인은 죽고 없는 많은 오래된 명화도 죄다 투기판의 화투짝 취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논리에 의하면 투자와 투기의 선이 좀 더 분명히 그어진다. 모나리자의 웃음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 작품의 진정한 소유자는 그 껍데기를 가지고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액자의 먼지를 닦는 온갖 소유주나 미술관의 창고지기가 아니라, 그걸 보고 아름답다고 느낀다든지 뭔가 나름의 미적 감흥을 느낀 자일 것이다.


작품을 파는 사람들이 주변에 더러 있는데, 이 사람들은 '작품을 떼어온다'라든지, '원가'라든지, '사업'이라든지 그런 사업적 용어를 쓰며 소위 아트페어라는 시골 오일장 혹은 판돈 높은 투전판과 같은 '시장판'을 찾아 작품을 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물론 사람들에게는 직접 말을 안 하지만, 그냥 여느 물건 다루듯이 팍팍 다루는 건 예사로 있는 일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다이소 액자나 이 그림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그저 나무판이나 액자일뿐이니까 말이다. 그건 전시 한 번만 경험하고 나서도 알 수 있는 일인데, 작품을 만든 사람 이외에는 그 작품을 소중히 다루는 사람이 없기에 나르는 인간들이나, 보는 인간, 지키는 인간 모두 작품이 어떻게 되든 별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전시를 다니면서 '그림이 헤지는' 경험을 보통 하게 된다. 사는 사람들은 '복 들어오게'라든지, '인테리어용'이라든지, '손님이 더 오게'라든지, '그림값이 오를 거 같다'든 지의 물구를 쓰며 그림을 가져간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안 그런 조금 고상한 사람들은 미술거래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술작품을 알아보고 또 이를 직접 창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거나 팔지를 않을 것이다. 작품을 하는 사람은 내 작품 내가 더 창작하고 싶을 것이고, 작품을 알아보는 이는 사실 작품을 하는 이들이기에 남의 작품을 감상은 하지만, 자기 작품 만들기도 버거운 상황에 남의 작품을 굳이 살 여력이 있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짜 작품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판다는 것이 저급하게 느껴져서 그냥 자신의 작품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말지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국은 그러지도 않고 자신이 갖고 싶을 것이다. 당연히 자신이 좋아서 만든 가장 좋은 자신의 작품이기에 굳이 남에게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이미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걸 굳이 왜 남에게 주겠는가? 당연히 안 준다. 예술은 엄밀히 따지면 소용하거나 거래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닌 순수 비영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품이 왜 안 팔리는지 투덜거리는 주변의 화가들이 더러 있는데,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랐지만,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작품을 하면서 팔 생각을 한다면 거기서부터 애초에 예술이 아닌 거고, 팔려면 애초에 사는 사람의 구미에 맞춘 팔리는 작품이나 상업 미술을 했어야 하며, 제대로 공부나 예술적 고민이나 연구도 안 한 상태에서 날 잡아 밥이나 몰려다니면서 먹고 다니며 예술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어디 남의 구미에 맞춘 구매력도 없는 그림을 그리면서 왜 작품이 안 팔리는지 앞으로 그림들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는 사람들은, 더 먼저는 그냥 처음부터 떢복기집을 차려 장사를 해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왜 그림을 그리고 앉아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되지도 않는 그림 그리면서, 모든 일상을 여느 사람들처럼 할 건 다 하면서, 왜 안 팔리냐고 하는 건 좀 모순인 것 같다. 팔리는 그림을 그리던지, 자기에게 소중한 자식 같은 자기 작품을 그리는 예술가가 되던지, 장사를 해서 돈을 벌던지 해야 하는데 자꾸 전화를 하면서 자신의 그림을 팔 곳이 없느냐고 묻는데, 나는 그 아줌마의 그림을 거저 줘도 안 갖는다는 소리는 차마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 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사랑하고 좋아했으면 된 거고, 누군가 진정으로 좋아해서 사든지 말든지 하는 것은 추후의 문제이고, 돈은 장사나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해서 버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은 돈 있는 여유 있는 자들의 영역이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맞다. 그렇지 않더라도 온전히 그 과정을 즐기면 거기서 예술의 역할은 다한 것이다.


나도 그간 종종 이런 것들이 헷갈렸는데, 오늘 생각이 단순하게 정리가 되는 듯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전무후무하고 웬만한 순수 갤러리도 없는 곳인데, 예술도시니 하면서 갑자기 온갖 카페들이 난무해서 갤러리 입네 하면서 예술에 대해 뭔가 아는 척들을 하고 돈 있는 사업가들이 예술가들 위에서 뭔가 대단한 지위를 갖고 있는 듯 착각을 하다가 무슨 돈만 주면 가는 각종 대학의 최고 예술과정이니 그런 학벌 세탁을 통해 이름 한 줄 더 얻어서 예술도 뭣도 아닌 사람들이 예술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아마 그런 게 전국적인 유행인듯하다. 또한 뭣도 모르는 '청년'작가들은 텅 빈 공간 하나 가지고 있는 이런 예술문외한 사업가들한테 굽신거리며 무슨 공모니, 기획전이니에 작품을 공짜로 대주고 앉아서 쿵짝쿵짝 희한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 카페는 인테리어 대신 공짜로 그림 걸어 좋고 작가는 홍보와 전시공간을 무료로 주고받는 그런 시스템은 구색은 좋으나 대부분 결론은 작가의 패로 끝나게 된다. 이렇게 몇 년 하다 보면 경력만 허다하고 주머니에 남는 건 없는 거지 예술가가 되어 결국은 돈 벌러 예술을 그만두고 떠나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라 짐작한다. 사람들이 '청년' '젊은' 이런 것들 좋아하는 이유는 멋모르는 애송이들 무료로 써먹고자 하는 것임을 '젊은 청년작가(듣기도 싫은 단어들)'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예술은 세월이 변해도 영혼의 일이고, 예술가들은 정신 좀 차리고, 자본주의는 예술가 헷갈리게 좀 하지 말고 순수하게 작품을 보는 법부터 배우고 감상을 하던지, 진정으로 예술 발전을 원하면 기부를 하면 된다. 예술사업이니 시장이니, 예술 좀 그만 이용해 먹으라고 돌을 던지는 바이다. 대부분 미술작품 안 팔리는 거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 아는 일인데 미술 시장이니 이런 말 쓰면서 소수의 투기판에서 거래되는 돈을 가지고 뭐 거래액이 늘어났네 미술시장이 커지네 어쩌네 하며 '개구라'좀 그만 치기를 당부한다. 조용히 작품 하는 사람들 작품 하는데 '시끄럽다!'


*두서없고 비약적으로 들리는 거 알지만, 내 글이니 내 맘대로 쓰기로 한 오늘의 날(raw) 생각 한 덩어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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