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살던 세상

by 이영선

소녀는 작은 전등 하나와, 노랗고 네모난 테이블, 예쁜 동화책들이 놓인 책장과, 하얀 도화지, 살구색 벽지, 알록달록한 양말이 가득한 집에서 혼자 살았다. 소녀가 살던 세상에는 소녀를 잡아먹으려는 괴물로 가득했다. 문 밖의 괴물들은 혼자 노래를 부르며 늘 즐거운 표정을 짓고, 뭔가에 몰두해 있는 소녀가 싫었다. 그들은 소녀처럼 웃고, 즐겁고, 행복하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호시탐탐 소녀의 팔과 다리를 뜯어 춤을 빼앗아가고, 몰래 소녀의 머리에 구멍을 뚫어 그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어 쓰려고 주위를 맴돌았다. 어느 날은 소녀가 없는 틈을 타서 몰래 그녀의 집으로 들어와서, 소녀가 그린 그림을 빼앗아 그 위에 자신들의 이름을 잔뜩 써넣고 저희들끼리 낄낄거렸다. 세상의 괴물들은 소녀가 만들고 생각해 낸, 좋아 보이는 것들을 모두 다 제 것처럼 빼앗아가려고 했다. 그렇지만 괴물들이 빼앗은 것들을 아무리 많이 지니고 머리에 쓰고 다녀도 그들에게선 소녀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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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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