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치아교정을 하면서 근육들도 뭔가 이상해 보이고, 나도 좀 이젠 예뻐보겠다고 피부과를 다니고 있는 중이다. 얼굴에 고주파를 쏘이면 한쪽의 광대 위와 이마 부위를 지날 때마다 정작 얼굴 쪽에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는데 난데없이 앞쪽 정수리 머리카락이 재빠르게 '뽁뽁뽁' 한 올 한 올 누군가 머리맡에 앉아서 뽑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난다. 처음엔 머리카락이 상대의 단추자락에 엉켜 붙어 잡아당겨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내 머리카락을 건드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사람은 처음이에요!"
어디에 갈 때마다 나는 이 말을 자주 듣는 것 같다. 특히 병원에서 그렇다. 피부과나 치과 등에서는 얼굴에 있는 신경을 잘 알 것 같은데,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왜 그런지 모르겠단다. 한 번은 치과에서 어금니에 마취가 잘 안 되어서 기억으로는 7-8번 이상 계속 마취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이거 별거 아닌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라고 했다. 몇 년 전 정형외과에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서 보니 실제로 관절의 유착이 심한 상황이었는데, 내가 실제 병증에 비해 통증이 심하지 않아서 초기에 병원에서 오판을 했던 거 같다고 했다. 그때에도 'atypical'한 사례라며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라고 그랬다.
언젠가는 한참 몸에 관한 책들에 혼자 빠져 있다가 슬럼프가 온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 가서 "이젠 전 무용을 그만두어야 할까 봐요!"라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온갖 책 속에 있는 몸의 그림이 나처럼 생기지 않아서 나는 무용을 하면 안 되는 사람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사람들이 해부학 교과서에 실린 몸처럼 생겼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예쁜 옷을 안 입고 속을 다 드러내서 그렇지, 나름 상당히 비례도 좋은 잘 생긴 인간들의 전형인 걸 몰랐다. 보통의 사람이 다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생겼다고 착각하고 내 몸을 거기에 끼워 맞추니 나와 맞는 게 거의 없었다. 심지어는 한 책에 'ideal dancer's body type'라고 실린 러시아 무용수의 사진도 있었다. 미국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헛웃음을 지으며, "우웩! 그 책 갖다 버려! 우리 중 아무도 그렇게 생긴 사람은 없어!"라고 했을 때 정말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모습이 달리 보였던 것 같다.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 잠시 생각해 봤는데, 우리는 다 달라서 "이런 사람은 처음이에요"라는 말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다 세상에 처음인 사람들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아무도 똑같은 몸의 상태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없다. 교과서와 표준은 있지만, 결국 실제와 교과서의 표준 간의 간극, 혹은 금 (Crack)은 스스로 채워야 하는 빈틈과 같다. 그러면서 표준이 아닌 내 몸에 대해 궁금해졌던 것 같다.
내 몸이 내 몸같이 생겨서 다행이다. 내 몸이 세상이 처음 보는 거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