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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조각 3

괴물이 왔던 날

by 이영선

침대가 흔들렸다.

집은 늘 아무도 없는 곳이었는데

누군가 침대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이불속에서

그간 상상했던 것들이

드디어 오늘 현실로 드러났다고 생각했다.

자는 동안

침대 밖으로 나온 다리만 잘라서 가는 괴물이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그 괴물이 바로 오늘에서야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내 다리는 이불 안에 있었다.

아니면 정말 세상의 마지막 날이 온 거라고 생각했다.

멈추지 않는 흔들림 속에서

빈 손으로

겨우 이불 한 겹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아무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어떤 괴물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언제 이 이불을 걷고 나를 잡아먹을까?

나는 교회도 나간 적이 있는데

이제와 기도를 하면

괴물을 쫓아낼 수 있을까?

소리를 지를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이 괴물은

왜 얇은 이불을 걷어내어

나를 빨리 마주치지 않는 걸까?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나를 알던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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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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