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왔던 날
침대가 흔들렸다.
집은 늘 아무도 없는 곳이었는데
누군가 침대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이불속에서
그간 상상했던 것들이
드디어 오늘 현실로 드러났다고 생각했다.
자는 동안
침대 밖으로 나온 다리만 잘라서 가는 괴물이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그 괴물이 바로 오늘에서야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내 다리는 이불 안에 있었다.
아니면 정말 세상의 마지막 날이 온 거라고 생각했다.
멈추지 않는 흔들림 속에서
빈 손으로
겨우 이불 한 겹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아무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어떤 괴물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언제 이 이불을 걷고 나를 잡아먹을까?
나는 교회도 나간 적이 있는데
이제와 기도를 하면
괴물을 쫓아낼 수 있을까?
소리를 지를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이 괴물은
왜 얇은 이불을 걷어내어
나를 빨리 마주치지 않는 걸까?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나를 알던 사람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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