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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조각 5

겨우 집같이 생긴 집

by 이영선

반에 한 명씩 바보 같은 아이가 있었다.

지능이 아주 낮거나,

집안이 아주 가난하거나.


새로 들어선 아파트 바로 옆에

아주 낡은 집이 한 채 있었다.

그건 집이라기보다는,

'겨우 집'같이 생긴 집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아니, 학교에서 그 집이 누구네 집인지 알았다.


친구는 겨울에 늘 손마디가 거칠게 터져있었다.

친구는 착했다.

지능도 낮았고, 집안도 가난했다.

이모가 그랬다.

원래 못 사는 사람들은 착하다고,

착할 수밖에 없다고.

그때는 이해를 못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같다.

못된 것도 부의 상징이라면,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둘이 있을 땐 이 친구와 친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에는

그냥 조용히 있었다.

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이 친구는 착했고,

나는 호기심이 많았다.

이 친구와 있을 때에는 마음이 편했다.


친구의 집을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들어갈 때 망설였다.

누가 볼까 봐 얼른 들어갔다.

집에는 할머니가 배추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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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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