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by 이영선

축축한 습기가 벽의 모서리에 내려요.

조금씩 번지던 물이 천정으로도 다가가요.

나는 아직 졸려서 눈을 감고 싶지만,

아니 아직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아요.

나는 다시 눈을 떠요.


검은곰팡이가 벽지 위로 줄기처럼 퍼져서

거미같이 벽을 타고 나에게 내려와요.

나는 다시 잠에 들어야겠지만,

잠이 들 수 없을 것 같아요.


조그맣게 흐르는 습한 물소리를 들어요.

커다란 쥐를 닮은 분홍색 아기 돼지가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와요.

나는 저 돼지를 잡아야 해요!

그래서 내일 아침 복권을 사야 해요!

복권을 사서 미술관을 만들 거예요!

돼지는 내 얼굴도 보지 않고 달려 나가요.

나는 물기 마른 침대 위에서 눈을 떠요.

꿈은 모두 말라 잠 속으로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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