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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Dec 07. 2022

다산의 마지막 습관(조윤제, 2020)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습관>

 저자는 다산 정약용에 관한 책을 시리즈로 출간한 작가로 유명하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2018)>는 <심경(心經)>, <다산의 마지막 습관(2020)>은 <소학(小學)>, <다산의 마지막 질문(2022)>은 <논어(論語)>에 대한 정약용 선생의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심경>은 중국 송나라의 학자 진덕수가 마음 수양에 관한 격언을 모아 1234년에 편찬한 수양서이다. <소학>은 송나라 주자(朱子)의 제자 유자징(劉子澄)이 1187년에 아이들의 유학 입문서로 편찬한 수양서이다. <논어>는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유교경전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서(四書 :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중 하나이다. 


 고전에는 삶의 지혜들이 많이 담겨있지만 읽기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누구나 갖고 있다. 하지만, 다산 시리즈는 정약용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준 내용을 조윤제 작가님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쉽게 풀어서 전달해주기에 어렵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산 시리즈를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금 내가 느끼는 지혜의 목마름을 따라 읽어도 감격스러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은 60세가 되던 해에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소학>을 공부했고, 그때 깨달은 가르침을 자신의 묘비에 다음과 같이 스스로 새겼다고 한다. “내 나이 예순, 돌아보니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그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보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빈틈없이 나를 닦고 실천하고, 내 본분을 돌아보면서 내게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한다.” 

 

 이번 책의 핵심은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공부의 마지막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습관은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이다. 많은 것들을 폭넓게 배우되 설익은 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말라는 정약용 선생님의 가르침은 아무리 시대적 가치관과 사회적 환경이 변했어도 우리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큰 가르침이다. 그런데, 연공서열과 관료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조직에서는 이러한 가르침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종종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달라진 지금과 달라질 미래의 상황을 해결하려고 한다. 폭넓고 유익한 경험을 많이 했지만, 달라진 지금과 더 달라질 미래는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서 정약용 선생님께서 평생 올바른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지도 모른다.     

<전남 강진에 위치한 다산초당>

 다산은 겪어온 세월만큼 자신이 단단해진 줄 알았지만, 익숙해진 길에 단지 길들여졌을 뿐이라고 스스로 뉘우치며, 마지막 습관으로 다짐한 것이 결국 매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실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고 해도 걷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아무리 간단한 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p.276).”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우리가 알아야 할 지혜와 배워야 할 지식은 이미 고전에 다 나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도덕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가르침은 유치원 때 다 배웠다고 생각한다. 다산도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어렸을 때 배웠다고 말한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고전에 담겨있는 지식들을 단지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고전의 주인공이나 정약용 선생님 같으신 분이 자신의 가르침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를 보면,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라며 꾸짖으실 것 같다. 실천의 중요함을 역설하는 자기계발서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그토록 오래전에 이미 우리가 실천해야 할 덕목과 가치들이 고스란히 담긴 고전 또는 고전 해설서를 읽다 보면 동기부여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다산 시리즈의 부제를 순서대로 연결해보면 참으로 아름답다. <심경>을 다룬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소학>을 다룬 <다산의 마지막 습관>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논어>를 다룬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나를 깨닫는다는 것”이 부제다. 이를 나만의 방식으로 다음과 같이 엮어보았다.      

“올바른 공부는 자신의 마음을 굳건하게 지키기 위해 해야 하고, 이렇게 얻은 지식을 삶에서 실천하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 항상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고, 마음이 올바르고 기본과 본질을 삶에서 실천하는 지식인은 언제나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미래몽상가 조영탁>-


 반드시 순서대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다산 시리즈에서 주는 교훈이 실천 없는 지식의 파편들이 질서 없이 흩어져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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