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샤머니즘 경험
나는 다시 조증이 도져 이랬다 저랬다하다 인생 처음으로 신점까지 보고 온 대기업 9년 차 영써티 직장인이다.
요즘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
업계의 어려움도 있고, 회사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업계 안에서 많이 뒤처졌다. 우리 회사뿐 아니라 그룹사 전반적으로 각자의 업계에서 뒤처져가고 있다.
가까운 시일에 내 글에서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빼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직장인이라는 타이틀 마저…
거기에 더해 AI니 로봇이니 내 일자리를 침공하는 기술의 현실화가 코앞이라 더더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몰아친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 기술을 배워보기로 학원을 등록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배우는 건 곧 잘 따라 해서 중간은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또한 로봇에게 뺏기기 딱 좋은 일자리지만 지금 하는 것보단 10년은 더 걸릴 것 같아 잠시 유예기간을 벌려고 배우는 것이다.)
이런 미래의 불안감으로 조증이 또 도져 일을 아주 많이 벌이려 계획하고 있다. 지금 배우는 기술 뒤에 또 다른 기술도 배울 거고,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온갖 것을 배워서 종국에 혼합된 서비스를 만들 생각 중이지만 생각이 너무 많은 만큼 통일성이 없어 괴이한 혼종이 탄생할 것 같다.
이제 안정화를 추구해야 하는 나이대임에도 자꾸 이상한 상상으로 이상한 일들을 벌이니, 결혼을 결심하기에 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벌리는 일들로 미래는 더 나아질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이랬다 저랬다 더해지고 바뀌며 혼란만 가중되니 점을 보러 가봤다.
나는 일생에 사주조차 본 적 없는 사람이며 자기 주도적으로 살겠다는 사람이 우습게도 신령님의 말씀을 들으러 간 것이다.
점사에 대해서도 ‘헉 어떻게 저렇게 족집게 같이 아시지?’싶다가도 ‘내가 내 경험에 너무 끼워 맞추나?’ 싶기도 하며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다.
그래도 정말 신기한 부분은 내 이름과 생년만 듣고 바로 먼저 주신 점사가 나는 바탕이 공부인 사람이라는 거였다. 학위 과정을 더 밟으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던(기술을 하더라도) 공부 끝에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 끝에 문서운이 들어오며 지금도 20대처럼 이것저것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마치 내 상황을 꿰뚫어 보고 듣고 싶은 말을 해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전에 직무 이동한 시점과 (공부한 것이 주로 작용한 건 아니었지만) 직무 변경을 위해 공부를 했고 그 끝에 직무를 변경한 점, 그 후 개인적으로 잘 안 풀려 현재 다시 직무 변경하려는 것과 그 외에 하려는 게 한두 개가 아닌 것까지 아셨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누구든 새로운 건 따로 배워서/공부해서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점 관심 없던 사람이 보러 온 거면 고민거리 있어서 온 걸 테니 당연히 최근 일이 잘 안 풀렸다 연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그리고 내 오랜 연인은 내가 딱 봐도 공부벌레 같이 생겨서 그런 점사 준거라고 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은 이미 나는 본인 바탕대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 하던 대로 살면 된다. 점도 자주 안 봐도 된다. 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일을 벌이면서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과 조급함이 위안을 받았다.
이 위안조차도 내면의 혼란으로 인해 점집을 찾은 건데 정리된 게 없기에 흔들흔들 하지만, 간사하게도 ‘아주 틀린 길은 아니겠구나.’라는 신령님의 말씀을 뿌리로 한, 설명 가능한 근거는 없는 소금 알갱이만 한 자신감이 마음 한켠에 놓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