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과 제이통

by 영써티

요즘 자주 눈물이 맺힌다.

특히 어떤 것에 몰두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는 시점에.

잠시나마 현실과 번뇌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나 자신조차 잊어버리게 해주는 몰두.

그러다 몰입이 깨지면 뒤집힌 순서로(나 자신, 번뇌, 현실) 정신이 점차 돌아오는데 나 자신이 돌아온 단계에서부터 눈물이 맺힌다.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눈물이 맺힐 때마다 마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아마 나 혼자 있는 자리였다면 엉엉 울었을 것이다.


희한하게도 밖에서 만난 사람들은 초면인 사람조차, 오늘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조차 좋은/강한 사람 같다 한다.

그건 나의 가면일 것이다.(또, 나에게도 도움이 되니까)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가면을 쓰고 흉내내왔기에 스스로조차 제대로 구분 못하지만, 진짜 모습을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어 몰두가 깨지는 순간 괴리감에 눈물이 나는 것이겠지.


나는 제이통이라는 래퍼를 좋아한다.

중학생시절부터 힙합에 빠진 동생 덕분에 모히칸 머리의 제이통부터 알았으나, 내가 좋아하는 제이통은 모히칸을 내리고 양갈래의 땋은 머리로 부산 앞바다에서 자연인처럼 살던 이후부터의 그이다.

모히칸 제이통도 실력 있는 음악인이지만, 머리를 내린 그는 본인의 인생을, 본인 자신을 잘 알고 그리 살아간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 깨달음?을 얻은 제이통이 보여주는 음악과 모습을 좋아한다.


최근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제이통을 보고 지난 주말에 피망을 그리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 내가 바라본 제이통의 모습이 스스로에 대한 이상향이기 때문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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