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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백 Aug 01. 2023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니 칭찬 많이 해 주자고요!

'엄마반성문'이라는 책에서 저자 이유남 작가는 비싼 돈 들여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은 마다하지 않으면서 왜 돈도 시간도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인정, 존중, 지지, 칭찬'에는 인색하냐고 반문한다. 아! 가성비라면 환장하는 나인데 돈도 안 들이면서 아이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고 더불어 자존감도 쑥쑥 키워주는 '칭찬'이라는 도구를 나는 왜 사용하지 않고 살았을까?


인정, 존중, 지지, 칭찬!

인정, 존중, 지지, 칭찬!

내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아이를 끊임없이 지지하는 부모로서 칭찬하는 것! 그래, 바로 이거야!!!!


책을 읽는 순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이를 칭찬하는 데는 돈도 시간도 들지 않지만 나의 노력은 무지하게 들어간다는 것. 근데 그 노력이 열심히 하기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참고 안내하고 무엇보다 정성을 들여야 한다.

 

어느 등굣길 아침, 그날도 나는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전 날 밤에 놀이의 상흔들로 어지럽혀진 집안 곳곳을 치우고 저녁식사 설거지 이후에도 쌓인 컵과 그릇을 씻었으며 빨래도 한 차례 돌렸다. 그리고 늦게 잠이 든 탓에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구슬리면서 깨우고 대충 요기할 것을 준비해 먹였다. 당연스럽게도 마지막 20분은 시간이 촉박해 휘몰아치듯이 애들을 다그쳤다.


멘탈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첫째와 함께 학교를 향하면서 나는 순간 '아, 아침에 너무 뭐라고 하기만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 채로 학교에 가면 아이의 하루가 망가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대단아, 대단이는 참 훌륭해."라고 말했더니 아이가 대뜸 "뭐가 훌륭한데?"하고 물어봤다. 엄마의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뭐가 훌륭하냐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칭찬도 타이밍이다. 마음의 여유 하나 없이 멘탈이 사정없이 털려 있는 상태에서 쥐어짜서 나오는 칭찬에 진심이 들어갈 리 없다. 칭찬을 하는 나도, 받아들이는 아이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칭찬이 칭찬으로 받아들여진다. 엄마는 항상 참고 인내하며 마음의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 일상이 사정없이 나를 휘갈겨도 엄마는 여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애들을 안 잡고 내 뇌에도 원활히 돌아갈 수 있을 만큼의 활력을 줄 수 있다. 찬도 이렇게 기를 써야 할 수 있는 거라니!!



 

푹푹 찌는 날씨에 동생을 괴롭혀대는 아이를 만류하고 징징대는 둘째를 또 달래 가며 '삼식이들 세끼 뭘로 때워야 하나요'라는 미션을 해결하느라 일요일 하루도 마음의 여유라고는 한 톨만큼도 없었다. 책을 읽은 가닥이 있어서 '칭찬을 해야 하는데.. 칭찬을 해야 하는데..'라는 압박감까지 나를 괴롭힌 하루기도 했다. 그런데 칭찬할 것이 도저히 찾아지지가 않았다! 칭찬할 게 있어야 칭찬을 하지!!!! 칭찬할 게 있어야!!!!

 

첫째 대단이는 미운 짓 도사다. 가만히 있는 동생 건드리기 대장이다. 동생이 애써 그린 그림을 찢어놓고 동생이 놀고 있는 장난감을 계속 숨겨 댄다. 그러면 동생 뽀뽀는 또 야수가 되어서 엄마 아빠 고막이 비명을 지르게 한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뽀뽀는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아빠가 앉아 있는 운전석을 발로 툭툭 차기 시작했다. 그걸 본 대단이가 엄마가 앉아 있는 조수석을 발로 쾅쾅 찼다. 툭툭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쾅쾅쾅쾅! 이번에는 뽀뽀가 아빠가 앉아 있는 운전석을 발로 쾅쾅 찬다. 남매가 환장의 시너지를 끝판왕으로 보여주고 있다. 운전자가 앉아 있는 운전석을 발로 차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에 부드러운 말로 그만하라고 했다. 더욱 신나게 발로 운전석을 찬다. 조수석도 찬다. 다섯 번쯤 부드럽게 말하다가 결국 눈알을 희번덕이며 큰 소리로 으름장을 놓으니 그제야 그만한다. (다시 생각해도 부글부글...)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오늘 하루 아이에게 제대로 된 칭찬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잠든 시간 노트에 아이가 하루동안 잘한 일을 쭉 써 내려갔다. 놀랍게도 종이 한 장이 빼곡히 채워졌다. 하루종일 나는 엄마로서 나의 과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아이를 돌보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아이가 하는 행동의 장점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루종일 잔소리만 들은 아이는 제 딴에 기분이 나빠 계속 삐딱선을 타기도 했을 것이다.


다음 날, 역시나 나의 아침은 정신이 없고 아이는 여름방학임에도 엄마의 출근시간에 맞춰 돌봄교실을 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아이에게 "엄마가 편지를 썼는데 지금 읽을래, 학교 가서 읽어볼래?"하고 물으니 학교 가서 읽는단다. 왠지 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그래도 아이 눈앞에서 편지를 고이 접어서 가방 안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퇴근길, 돌봄교실에 꼴찌로 남은 아이를 데려오면서 물어보았다.

"편지는 읽어 봤어?"

"아니~ 까먹었는데."


............... 다음엔 행운의 편지를 써서 줘 볼까.

  


 

숨 쉬는 것도 칭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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