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루틴이 나를 구할 줄 알았다
수능이 끝났다.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난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하고 싶었던 일이 분명 있었는데,
막상 시간이 생기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해방감보단
공허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마음속에서 계속 울리는 질문이었다.
며칠 놀고서 어느 날, 난
거울 앞에 섰다.
122kg,
체중계에 찍힌 숫자였다.
고2까진 웨이트를 꾸준히 하며
90kg대 후반을 유지했는데,
고3 1년 동안 운동을 완전히 놓았다.
스트레스는 쌓였고,
몸은 무너졌다.
그 무너진 몸이
지금의 내 모습이였다.
그다음 날,
별다른 다짐도 없이,
나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다시 기구 앞에 섰을 때,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한 감각이 스쳤다.
무게를 견디는 그 순간,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몸의 중심을 잡는다는 말이
그날 처음으로 실감 났다.
흔들리던 내 안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다시 나 자신과 연결된 기분이었다.
몸의 중심을 다시 잡는 그 느낌, 그게 나를 다시 붙들었다.
혼자서 2주 정도,
기초 머신과 프리웨이트 위주로
가볍게 적응해 갔다.
그리고 PT를 등록했다.
식습관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고
자세도 흐트러져 있었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트레이너와 함께
식단을 점검하고,
기초 자세를 교정하며
다시 균형을 되찾아갔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나는 여전히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처럼
나를 버린 느낌은 들지 않았다.
헬스장에 가는 하루 한 번의 걸음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되살려주었다.
무너졌던 몸의 중심이 잡히자,
삶의 중심도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루틴은 거창하지 않았다.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을 줄이고,
헬스장에 가고,
건강하게 밥을 챙겨 먹고,
가끔 책을 읽는 것.
하지만 그 단순한 흐름이
하루를 분명히 달라지게 만들었다.
무기력하던 일상 속에
작은 리듬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제 안다.
이 루틴이 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을 거라는 걸.
하지만 무너졌던 나를
다시 세워줄 수 있다는 것.
몸의 중심을 회복한다는 건
결국 나라는 사람의 축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나는 예전처럼 나를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중심을 되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