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하고, 기록하고, 하루를 붙잡았다

part 2. 루틴이 나를 구할 줄 알았다

by youngvocati

중심을 되찾는다는 건,

생각보다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도,

완벽한 계획표도 아니었다.

나에게 중심은,

운동복을 입고 헬스장으로 향하던

평범한 하루에서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엄마와 한 약속이 있었다.

올해까지 체중을 감량하라고,

이번엔 정말 약속을 지키려고 한 약속.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운동 자체를 좋아했지만 몸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2~30kg 찌기 전까진

단지 덩치 큰 운동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운동을 하기 싫은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그냥 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운동을 했다.

그 반복이, 나를 다시 나로 돌아오게 했다.


루틴은 처음부터

계획표로 시작된 게 아니었다.

습관 앱도 몰랐고,

시간표도 만들지 않았다.

그저 운동을 했고,

그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내가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하루를 그저 흘려보낸 게 아니라,

붙잡았다는 감각이 남았다.


운동이 익숙해질 무렵,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기 계발서와 경제서를 읽었다.

그게 내 삶을 바꿀 방법이라 믿었다.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엔 모두가 다르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같은 말을 다르게 포장한 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진짜 이야기와 겉핥기 이야기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건.

이젠 자기 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는다.

대신,

실패와 회복을 반복하는

사람의 감정이 묻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는다.


책을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기록하고 싶어졌다.

처음엔 단순한 메모였다.

운동 1시간

책 30분

오늘은 기분이 괜찮았다

그 기록들이 쌓이자,

습관 앱을 켰다.

루틴을 채워가며

조금씩 하루에 선이 생겼다.


기록은

나를 통제하려는 도구가 아니었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방식이었다.

그 하루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

다시 그런 하루를 살고 싶다는 소망.

그게 기록을 밀어붙이는 감정이었다.


이 이야기는

수능이 끝나고 루틴을 처음 시작하던

그 무렵의 나를 돌아보며 쓰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번 주, 나는 다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운동도 쉬었고,

책도 거의 읽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흐려졌고,

나는 그 흐름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게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안다.

쉬었다고, 흔들렸다고,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운동을 할 거고,

책도 펴게 될 거고,

사업에 대한 고민도 다시 시작할 거다.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그게 지금의 나를 붙잡아준다.


계획표는 나중의 일이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하려 했다면,

오히려 더 빨리 지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보면,

중심은 지켜낸 날들 위에만 세워진 게 아니었다.

놓치고도 돌아온 날들 위에

더 단단히 세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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