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루틴이 나를 구할 줄 알았다
처음엔 모든 게 새로웠다.
전날 밤, 내일의 계획을 세우고
알람이 울리면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해둔 시간에 식사하고, 운동하고, 읽고, 기록했다.
내 하루는 정확하게 돌아가는 시계처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흘러갔다.
몸이 조금씩 변했다.
거울 속 어깨가 전보다 단단해졌고,
숨이 가쁘던 계단도 거뜬히 올라갔다.
아침마다 하얀 종이에 줄줄이 채워진 ‘완료’ 표시를 보면
마치 나 자신을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루틴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믿음이
그 시절의 나를 버티게 했다.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가끔은 놓치는 날도 있었다.
그 하루는 다른 날보다 더 무겁게, 길게 흘렀다.
작은 빈칸 하나가 하루 전체를 흐려놓았다.
머릿속에서 작고 단단한 돌덩이가 굴러다니는 것처럼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엔 그 불편함이 나를 더 움직이게 했다.
“오늘은 빼먹지 말자.”
그 다짐 덕분에 피곤한 날에도
억지로 운동화 끈을 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짐이 점점 무거워졌다.
지키지 못하면 스스로를 탓했고,
하루를 잘 보냈음에도
놓친 한 가지 때문에 모든 노력이 무가치해진 듯 느껴졌다.
루틴은 나를 살리는 길잡이였는데,
언젠가부터 그것이 나를 감시하는 감시탑처럼 느껴졌다.
마치 파놉티콘 속에 갇힌 죄수처럼.
누가 실제로 나를 보고 있지 않아도,
늘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선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보다,
실수하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분명 내가 선택한 규칙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루틴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루틴이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한 번쯤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치면 곧이어 죄책감이 따라왔다.
마치 휴식이 곧 배신인 것처럼.
이상했다.
나는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걸까.
루틴의 안에 있을 때조차
자유롭지 못한 기분.
그 안에서 웃고 있지만,
입안은 점점 바짝 말라갔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했다.
혹시라도 멈추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까 봐.
그 공포가 나를 더 꽉 붙잡았다.
지키는 것이 나를 살린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믿음이 나를 옥죄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우면서도
내 안 어딘가에서는 아주 작은 균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틈새로 스며든 의문은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졌다.
루틴은 여전히 내 삶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지,
아니면 제자리에서 빙빙 돌게 만드는 건지—
점점 알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