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루틴은 답이 아니었다
루틴은 나를 세웠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조였다.
숫자와 그래프, 칭찬과 죄책감, 완수와 소진 사이에서 나는 오래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정했다.
“루틴은 나를 구해줄 수 있다.
하지만, 루틴은 답이 아니었다.
지켜냈는데도, 허전했다.
체크리스트는 하루도 빠짐없이 채워졌다.
아침 기상, 운동, 식단, 공부, 유산소.
빈칸은 없었다.
모든 칸이 채워진 날의 앱 화면은 완벽했다.
빨간 원이 빛났고, 숫자는 늘었고, 기록은 끊기지 않았다.
내 몸은 변했고, 성취감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완수한 날조차,
밤에 불을 끄고 누우면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침대 위에 누운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넌 참 대단하다. 참 꾸준하다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들이 오래 남지는 않았다.
잠깐의 빛처럼 스쳐가고, 그 자리는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칭찬이 달콤할수록, 나는 속으로 되물었다.
“나는 정말 대단한 걸까?
아니면 그저 공허를 밀어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걸까?”
사실 나는 늘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
공부를 하겠다고, 운동을 하겠다고,
이번에는 달라지겠다고 다짐했지만
끝까지 지켜낸 적은 거의 없었다.
계획은 늘 반짝거렸지만, 실행은 금세 무너졌다.
다이어리의 빽빽한 계획표는 며칠 지나면 빈칸으로 가득 찼고,
다짐은 또 다른 후회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달랐다.
처음으로 루틴을 끝까지 지켜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전보다 나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과거의 나는 지키지 못해서 무너졌는데,
이번의 나는 지켜냈음에도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말만 하고 지키지 못했던 나와,
끝까지 지켜냈는데도 허전한 나.
결과는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나는 여전히 공허했다.
루틴은 내 하루를 메웠다.
아침부터 밤까지, 빈칸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내 마음이 없었다.
기록은 쌓였지만, 감정은 남지 않았다.
체중은 줄었지만, 공허는 줄지 않았다.
공허는 늘 같은 순간에 찾아왔다.
모든 걸 끝냈다고 안도하는 바로 그때,
성취감이 아니라 텅 빈 자리가 남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또다시 질문했다.
“정말 이것이 나를 살리는 길일까.”
나는 처음 루틴을 만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공허를 이겨내고 싶어서, 흔들리는 나를 붙잡고 싶어서
경계선을 긋고, 안전장치를 달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루틴을 끝까지 지켜냈을 때 돌아온 것은
다시 공허였다.
마치 원을 그리듯,
나는 공허에서 시작해 루틴을 만들었고,
결국 다시 공허 앞에 서 있었다.
공허는 무너진 자리에서만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완벽한 자리에서도, 모든 칸이 채워진 자리에서도
그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깨달았다.
루틴은 공허를 막아주는 답이 아니라,
오히려 공허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나는 그 거울 속에서,
내가 얼마나 비어 있는지를 보았다.
모든 것을 지켜냈는데도 허전했다.
박스를 다 채웠는데도, 마음은 비어 있었다.
나는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채울 수 있을까.
루틴이 아닌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공허를 마주한 그 밤,
나는 처음으로 진짜 두려워졌다.
루틴이 답이 아니라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