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만 하던 시간을 넘기고, 발행하기를 눌렀을 때의 이야기
첫 브런치북 연재를 끝내고 난 뒤 몇 달 동안,
나는 어떻게 다시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로
글을 지우고 쓰기를 반복했다.
SNS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자기 계발이나 동기부여 영상 속에서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뭔가를 이루어 낸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말은, 그걸 보는 사람들에게 인사이트처럼 소비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학창생활에서도,
내 개인적인 목표였던 다이어트에서도,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글을 쓰고 무언가를 말하는 일이
과연 남들에게 도움이 될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나 스스로에 대한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채
글을 쓰려다 보니,
문장은 자꾸만 중간에서 끊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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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11월이 되었다.
그날 밤, 책상 앞에 앉아
다시 지금까지 계속해서 쓰고 있던 글 원고 열었다.
하얀 화면 위에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화면 오른쪽 위에는
익숙한 초록색 버튼 하나가 떠 있었다.
발행하기.
나는 한동안
그 버튼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익숙한 생각들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준비하고 시작할까.’
‘첫 문장 더 괜찮게 고치고…
표지도 조금만 더 다듬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계획을 세우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었지만,
실제로 “발행하기”를 누르는 일에는
점점 서툴러지고 있었다.
준비만 한다고 생각했지,
준비 속에 숨어 있다는 생각은
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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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화면을 끄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번에도 이렇게 닫아 버리면
또 몇 달이 그냥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마우스를 다시 움직여
발행하기 버튼 위에 가져다 놓았다.
손가락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다.
준비를 더 하고 완벽을 맞춰 놓으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시작 버튼을 누르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준비해 온 것들이
충분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도
이제는,
“준비가 다 되면 시작한다”는 말 자체가
조금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조용하게,
나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발행하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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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이 완료되었다는 작은 문구가 화면에 뜨는 걸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믿어 왔지만,
다시 돌이켜 보니
나는 정작 시작은 하지 않은 채
준비만 하고,
계획만 세우는 사람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몇 달간 지우고 쓰던 끝에, 두 번째 브런치북을 시작한 순간
그 사실이
한 번에, 꽤 세게 가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두 번째 브런치북 연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