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둑을 지키는 아이는

무리를 짓다

by 영휘

자신의 본질을 알지 못하니

무엇에든 기대고 싶었어요.


나에게 없는 것들을

채우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겠네요.


사람이 모인 곳에 끼려고

발버둥 치던 시절이 있었지요.


혼자보다는 여럿이 강할 테니까...


사람이 모인 곳엔 힘이 있었고

처신만 잘해도 외롭지 않았고

도움도 받을 수 있었으니

자존감이 낮았던 그 시절을

살아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었을 테고...


하지만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이야기가

달랐어요

그들은 외면당하고, 배척당하고,

억울하게 눈물지어야 했어요...


기준은 없어요.

무리에 어울리는가 그렇지 못한가,

맞고 틀림도 중요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눈을 뜨고, 사유 그리고 분별

그 너머로 진실을 확인하는 순간이

어느 순간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현실을

보게 되었어요.


물밀듯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물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물은 강해요.


그러나


기준을 넘어서 넘치는 순간

등 돌려 파괴자의 모습으로

돌변하잖아요.


물은 순수하고 강해요

그렇게만... 있어주면 좋겠어요.


그 시절


더 큰 것에 들러붙어

흐리고 무지한 시선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니

큰 것과 작은 것

정확히 두 개로만 나눠지며

옳지 않아도 옳은 것이 되고

옳은 것이 옳지 않은 것이 되고

기준을 넘어선 파괴자들이 뭉쳐

작은 것을 부수는 일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었어요.


흐리고 무지하고 덩치만 큰

그런 물은 물을 타고 물을 타도

그냥 흐리고 무지하고 덩치만 큰...

흙탕물.


... 때문에


순수하게 강하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하기...


물길 따라

잔잔하게

무엇도 부수는 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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