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re you?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2012년 영화 '플라이트'의 마지막 대사는 "That's a good question"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문장이 얼마나 의미심장한지 알 수 있다. 덴젤 워싱턴의 변화 혹은 회심 혹은 부활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웃음을 지으며 이 말을 내뱉게 만든 아들의 질문에 주목한다.
"Who are you?"
작가나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지만, 이 질문만큼 '좋은' 질문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누구세요?"는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었고, 나 역시 보기 좋게 제대로 한 방 맞은 것처럼 "그거 참 좋은 질문이네"라는 답을 하게 된다. 살짝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이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의한다. 하지만, 사람은, 동시에, 끊임없이 변하기도 한다. 지금도 변하고 있다.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와 다르고, 일 년 전, 혹은 십 년 전의 나는 현재의 나와 다르다. 나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것이다.
나는 저 질문 앞에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나를 말해야 할까,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하는 내 모습을 말해야 할까? 어느 것이 나일까? 어느 것이 나를 정의하는 것일까? 내가 아는 나와, 나와 가까운 이들이 아는 나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멀리서만 아는 이들의 내 모습도 다를 것이다. 어떤 모습 중엔 내가 전혀 동의하지 않는 것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 나를 이룬다. 그래서 나는 저 질문 앞에서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건 있다. 저 질문을 가능한 자주 스스로에게 던지고 성찰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까지 던지고 고찰해 봐야겠다는 것.
이까지 글을 쓰니 위에 던진 저 질문에 대한 답이 의외로 쉽게 나온 것 같다. "나는 묻고, 생각하고, 망설이며 답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이렇게 적고 나니 진짜 볼품없어 보인다. 나라는 인간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