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 재조정

by 김영웅

영점 재조정


일주일 휴가 기간 동안 매일 실외에서 뛰었다. 첫날 1마일 채 연이어 뛰지 못하는 내 모습에 당황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점점 더 많이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첫날이 가장 많이 뛰었던 날이었다.


밥벌이인 과학을 제외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동안 성실하게 해왔던 건 읽기와 쓰기다. 8할은 절박함 덕분이었다. 물론 미국 생활 절반 이상을 아내 없이 혼자서 어린 아들과 단 둘이서 생활해야 했기에 집안일은 물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과학과 읽기와 쓰기, 육아와 살림살이. 돌이켜 보면 어찌 이런 일들을 혼자서 다 해낼 수 있었을까 싶다. 그런데 이번에 내 현재 체력을 확인하게 되면서 내가 잊고 있는 게 바로 체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십 대 때 확보했던 체력 덕분에 삼사십 대를 이렇게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 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체력이라는 요소가 후반전에는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요소가 아닌가 한다. 영점 재조정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거저 주어졌던 게 거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감사와 함께 깨닫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일들을 성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겠다. 좀 덜 읽고 덜 쓰더라도 더 땀을 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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