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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Jul 27. 2023

을을 자처하는 사람들

을을 자처하는 사람들


아무도 을이라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를 을이라 여기면서 실제로 을로 대우받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발끈하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에게 그들이 갑이라고 믿는 자들과 동일하게 대우해 주면, 이상하게도 오히려 그렇게 대우한 사람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고까운 눈으로 쳐다보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한다.


갑과 을 따윈 없어요, 그런 이분법적인 시선은 모두를 힘들게 해요, 우리 평등하게 지내요.


그러나 이런 말들은 그들의 귀에 잠시 들어갔다 곧 튕겨져 나온다. 평등의 제안을 튕겨내는 것은 다름 아닌 자존심, 그리고 뼛속 깊숙이 각인된 열등감.


스스로 알아서 을을 자처하고, 갑을 공격대상으로 보고, 그들로부터 무시받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그들은 마치 상처받으려고 늘 준비하고 있는 듯해 보이기도 한다.


아무 일이 없어도 마치 자신은 갑질을 당한 억울하고 약한 을이라는 이미지를 훈장이라도 삼으려는 듯 그들은 늘 억울해한다.


그들에겐 갑이 없어도 갑질은 존재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공격하는 사람 없어도 피해자가 되어야만 한다.


우리 이런 유치한 갑을 타령 그만해요. 우린 종속관계나 우열관계가 아니에요. 다른 일을 담당할 뿐 평등한 존재잖아요. 제발 스스로를 을이라고 여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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