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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Jul 28. 2023

깊은 산중: 보고 읽기

보고 읽기


아무 데서나 눈을 감는다고 그곳이 깊은 산중이 되지 않는다. 내면의 고요함은 외부의 고요함이 가져다주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첩첩산중에서도 내면은 소란스러울 수 있고, 북적대는 광장에서도 인간은 고독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건 익숙함의 문제만도 아니다. 간신히 익숙함이 가져다준 안락함은 찰나이고, 우리를 잠식시키는 타성은 영겁이기 때문이다. 일상적 삶에서 자기만의 우물에서 벗어나 자신을 타자화하고 객관화하여 가만히 응시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순간 그곳은 깊은 산중이 된다. 관찰이 시작인 동시에 모든 것이다. 나를 보는 것이면 성찰이 되고, 타자와 세상을 볼 줄 알게 되면 통찰이 된다. 관찰은 읽는 것이다. 나를 읽으면 성찰이 되고, 타자와 세상을 읽을 줄 알게 되면 통찰이 된다. 가만히 보고, 가만히 읽는 시간을 갈급하게 찾는다. 내 마음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갈라지고 무너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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