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된 것을 하나로 엮어내어 근원적 질문에 다가가려는 행위로서의 융합
'융합학문 어디로 가고 있나'.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꽤나 회자되었던 '융합'이라는 단어에 대해 좀 더 깊숙한 질문과 해답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신디사이저라는 악기를 좋아하게 되면서 융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듣는 이 단어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접근을 하고자 읽게 된 책입니다.
과학과 예술이 적극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지 오래이고 근래에는 인문학 배경 없이 리더가 될 수 없다며 무분별한 인문학 강좌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철학, 언어학, 미학 뿐만이 아니라 수학도 그 뿌리로 볼 수 있습니다. 근본적 관점의 융합이 아닌 겉핡기의 인문색칠이 되고 있는 형태입니다. 융합적 리더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깊이가 있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되어 외곩수가 된다면 진수를 놓칠 가능성도 많습니다. 사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학문이 분화되어 왔고 그것은 우리가 '모델 의존적 사고'라고 불리는 큰 그림 없는 부분적 실재를 통해 전체를 보려는 행위를 익숙하게 합니다.
융합은 그 분화를 거슬러올라가는 패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화된 것을 하나로 엮어내어 근원적 질문과 근본에 다가가려는 것이 융합의 본질인 것입니다. 하지만 융합을 표방하면서도 각 학문이 자기중심적 이기주의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는 철학과 사회과학, 기술 등을 통틀어 비슷한 양상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타 분야에 대한 인정과 이해, 그리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온전함에 가까운 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융합학문 어디로 가고 있나',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현재 우리에게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들과 학문발전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융,복합 개념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학술지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최고로 인정받는 논문은 여러 다른 영역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하여 발표할 때 만들어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근래 주목받고 있는 학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인지과학과 복잡계를 들 수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철학과 생물학, 거기에서 이어지는 뇌과학의 영역까지 사실은 연결이 됩니다. 화학적 특성을 가진 융합(conver gence),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통섭(consilience), 물리적 특성을 가진 통합(intergration) 등 의 개념은 크게 우리가 융합으로 부르는 특성들을 세부적으로 나타냅니다. 사실 우리가 혼재해서 쓰는 개념들입니다.
최근에 발간된 '생각의 경계'라는 책의 내용에 따르면 어떤 상황에 접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를 남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상황과 관련된 지식이 남들보다 풍부하고, 관련 지식들이 상호간에 잘 결합된 사람이라고 합니다. 창조적인 사고 역시 낯선 것과의 만남 즉 경계에서의 연결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들을 모두 융합적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인문학을 배우고 고전을 익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지식과 경험의 조화를 이루고 학문의 경계를 넘어 타양한 연결의 지점을 만들어놓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깊으면서도 넓은 생각을 가지는 것이 융합적 태도인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가졌던 융합에 대해서 보다 심도있게 접근하면서 기존의 오해와 혼재된 개념을 보다 바르게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본 글을 마무리하며 책의 내용을 인용합니다. "내가 아는 것만 가지고는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융합은 신뢰의 토양 위에서 더 좋은 결실을 맺는다. 융합을 이끄는 리더는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게 하고, 상호존중하면서 신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찰적 피드백를 작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데이터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는 경영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