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와 구상이 주는 매력
요즘 즐겨보는 컨텐츠가 있다. '노래의 탄생' 이 그것이다.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면면이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그 중에서 윤상을 보는 즐거움이다. 그는 45분의 연습시간 중에서 무려 30분 가량을 구상에 쓴다. 설계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다. 신경질적인 정도로 몰입한다. 그의 음악은 그런 그의 면을 잘 느낄 수 있다.
학부시절 음악활동을 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유난히 민감했었다. 1학년 때에는 되지도 않게 동기들을 음악적으로 마구 지적해 미움을 받을 정도였다. 곡을 만들 때는 온갖 생채기를 냈고, 연주할 때에는 코드 하나의 디테일을 따졌다. 가능한 완벽을 위한 신경질을 부렸다. 미묘함이 주는 묘미를 좋아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음악에 있어 나는 편곡자 역할에 잘 맞았다. 코드 하나를 바꿔 미묘함을 살리고, 구성을 변경해 사운드의 질감을 달리했다. 컨셉에 맞게 곡을 다시 디자인했다. 그런 모양의 변화를 매우 즐겨했다. 듣는 경험의 디테일을 추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운드의 설계를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프로 음악가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다만 '음악의 탄생'에 나온 윤상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교훈이 있다. 치밀한 설계를 통해 선사하는 탄탄한 경험이 그것이다. 잘 디자인된 사운드가 주는 매력이 있다. 요소요소의 디테일이 주는 힘이다. 무작정 달리는 사운드와 다르다. 묘한 느낌을 준다.
음악가 중에서 윤상과 펫 메스니를 유독 좋아한다. 이들은 치밀하게 음악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산된 모험을 한다. 탄탄한 구상에 기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그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깔로 드러난다. 연구를 설계하는 데 골머리를 앓는 내게 주는 교훈이다. 좋은 설계가 가져오는 탄탄함, 그것이 색깔있는 전문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것이다.
글을 쓰고 나니 두 곡이 머릿속을 맴돈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꽤나 오래 들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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