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hard to run, run to hard

할 수 있는 힘을 그리기. 어떻게든 해보기. 반드시 해내기

샌디에고에서 토리파인즈 해변에 갔다. 글라이더 포트에서 글라이더를 타지 못한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다. 물개가 있는 줄 알고 갔다. 좀만 더 가면 물개가 나오겠지 하고 걸었다. 능선을 넘고 갈대를 헤치며 걷고 또 걸었다. 해변을 두고 계속 걷는 코스더라.  


그제야 물개는 다른 데 있는 걸 알았다. 이미 물러설 수 없이 많이 걸었다. 계속 걸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확인해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되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등에 지고 두 시간 언저리를 걸으니 온 길이 꽤 멀어보였다. 그제야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오르막을 걷고, 가파른 능선을 타도 지치지 않았다. 허벅지가 단단하고 숨이 차분했다. 정처없이 계속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일정이 있었기에 걸음을 되돌렸다. 가끔은 빨리 뛰기도 했다. 출발지까지 다시 왔다.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예전에는 뛰는 것은 물론 빠르게 뛰는 건 거의 하지 못했다. 쉽게 지치기 일수였다. 다리는 후덜거리고 숨은 매우 가빴다. 금방이라도 숨을 다할 듯한 환자의 모습이었다. 저질체력의 산 표본이었다. 무언가를 끈기있게 하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했다. 이제는 힘이 붙었고, 폐활량도 좋아졌다. 운동 덕분이다. 허벅지는 단단하고 숨은 여유롭다. 욕심이 생겼다. 오래 걷고 싶은. 등산을 하고 싶은. 마라톤을 완주하고픈. 힘이 붙으니 가능한 것이 생긴다. 하고 싶은 것이 할 수 있는 게 된다. 더 하고 싶어진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어떻게든 해보기. 반드시 해내기. 더 해내기. 꾸준히 자신을 단련해내는 것이다. 목표가 생겼다. 마라톤에 도전하기. 가파른 산 오르기. 공부 오래 하기. 꿈만 꾸기보다 실제로 해나가는 것. 그것이 나날이 나아지는 것임을 확인한다. 그렇게 성장한다. 날마다 새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