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로맨티사이징

투명 나이테

by 영엽




요즘 나무 상상을 자주 해요​.

바다를 만나러 모래사장에 뿌리내린 나무 이야기.

그루터기만 남고서야 자기 안에 새겨진

나이테를 알아차린 나무 이야기.

너무 재밌는 상상이라 얼른 써보고 싶은데

독서실에 매일 갇혀있으니 여유가 없어요.

그런고로 조금만 더 써볼게요​​.

나무의 나이테….

생각할수록 우리 삶이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무도 우리도 죽는 날까지

우리가 어떤 궤도를 그리고 살았는지 못 보잖아요.

나무는 자기 나이테를 모르고 시들 테고

우리도 살아온 길 조금만을 기억하는 게 다니깐요.

​마치 소설의 부분만을 가지고 끝나는 것처럼!​​

그렇다면 내 이야기는 누가 가지고 있을까?

나는 내 이야기를 몇 페이지나 가지고 있을까?

저는 작년 내내 이런 것들이 너무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단서라도 알아내려 애써봤는데요.

결론이 완성되었어요.

그건 나를 유심히 봐주는 사람들에게 발견됩니다.

나도 모르던 나를 찾아내주고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바로 나에게 없는 내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베어지지 않은 나무의 나이테를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맞아요.

남을 그만치 다정히 봐주는 사람은 잘 없지요.

사실 저부터도 남에게 있어 섬세하지 못하거든요.

결국 나를 유심히 봐줄 다정한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

그리고 내가 있는 궤도를 바라보기.

나의 생각 기분 태도 몸 트라우마 그 모든 것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매일이 빡빡한 우리에겐 귀찮고 어려운 일이지요.

그치만 베이고 그루터기만 남고서야

아- 중요한 건 가지도 이파리도 아니었다니!

내 안에 이미 내 모든 것이 있었다니! 하고

뒤늦게 알게 되는 건 슬픈 일이었어요.

저는 한번 와당탕 베였지만

다시 자라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나이테를 짚어가며

새로운 원 하나를 그어냈어요.

나에게만 선명히 보이는 테.

그 투명 나이테가 나를 한 겹 더 단단히 만듭니다.

올해는 어떤 테가 생겨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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