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의 박자에서 벗어나는 법

토드의 시를 빌려

by 영엽



여러 날 눌러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어요.

고백의 글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실은 반짝거리는 이전 글 내용과 달리

제 일월은 갈피를 못 잡던 날이 팔 할은 됩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뛰긴 싫은 마음과

이 중에 나만 뛰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만나니

앉아있는 것만으로 머리가 펄펄 끓더라고요.


제가 아주 못난 인간이 된 기분이었어요.

시작부터 신발 끈이 풀려버린 기분이었고요.


몇 밤 전이었습니다.

비참한 하루를 마친 제가 집에 왔어요.

푸근한 소파에 누워 엄마를 바라봐요.


그러자 온종일 제 안에서 가시 세우던 불만들이

저 먼저 안아달라고 마구 튀어나옵니다.


남에겐 죽어도 못할 말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와요.


나는 계획을 세워도 뭐 하나 지키지를 못해.

남들은 다 해나가는데 나만 못 따라가고 있어.

살은 계속 찌고 아무리 안 먹어도 빠지질 않아.

내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아. 병원을 가야겠어!


제 민원을 잠잠히 듣던 엄마는

제가 꺼내놓은 것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결론을 내렸지요.

제가 저에게 못되게 굴고 있다고요.


전 제가 자아성찰을 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더 나아지기 위해- 하는 쓴소리.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쓴소리.

다 내 행복-을 위한 쓴소리.


그런 줄로 알았어요.

실은 나를 괴롭힐 명분이 필요했던 거면서!


남에겐 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스스로에겐 이렇게 못될 수가 없어요.


남에게 잘 보이려고 스스로를 마구 걷어찰 때도 많지요.

마치 서커스 쇼에 서는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악덕 업주 마냥- ‘외발자전거를 타란 말야! 이 멍청한 네발 동물아!’.


이젠 그런 것들이 지긋지긋합니다.

고 못된 악덕 업주를 해고시킬 거라구요.

누군가 치는 박수의 박자에 맞추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날을 살고 싶지 않아요.


물론 툭하면 난 또 나를 비난하겠지요.

나약한 변명이라며- 남들이 날 우습게 볼 것이라며-

어쩌고저쩌고-


실은 지금도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돼요.

깨어있는 척 잘난체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근데 그걸 걱정하느라 그동안 아무것도 못했거든요.


전 아무 생각 없이 모범 답안 말하기가 익숙하고요.

이런 글보다 모범 답안을 내 생각인 양 솰라거리는 글이 쓰기 삼백 배는 쉽고요. 누군가 박수를 칠 때면 그 박자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춤을 추는 최고의 쇼맨입니다.


하지만 그건 외발자전거를 잘 타게 된

불쌍한 동물이 되는 길이겠지요.


전 사람같이 살기로 했어요.


토드의 시가 노래합니다.


우리는 내일을 꿈꾸지만 내일은 오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영광을 꿈꾸지요.

우리는 새로운 날을 꿈꾸지만 새로운 날은 이미 밝았어요.

우리는 맞서야만 하는 싸움에서 도망쳐요.

그리고 우린 여전히 잠에 듭니다.

그리고 우린 여전히 잠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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