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의 마지막 12월 31일 밤.
평소 10시면 눈이 가물가물하는 장초딩은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겠다며 눈을 부릅뜨고 버티더니, 11시 30분쯤, 도저히 안되겠다며 눈을 감은 채로 이렇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그냥 잘래."
"그래, 카운트다운 엄마가 하고 내일 알려줄게."
"엄마,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쁜 일이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는 거야."
"으응?"
"크리스마스때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버렸고, 새해 첫날도 이제는 그냥 하루 쉬는 날일 뿐이잖아. 더 이상 설레지 않아서 슬퍼. 아함~ 나 잔다. 굿나잇!"
베개를 안고 비척비척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그래, 맞아,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기뻐할 일보다 걱정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일지도 몰라. 넌 벌써 그걸 알아버렸구나.
그렇지만 사랑하는 태호야, 매일매일이 기쁨일 수는 없지만, 지난 일을 후회하지 말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하루하루 주어진 날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일상의 작은 기쁨 속에서 범사에 감사하고 살아있는 날들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거야.
솔직히 고백하면, 엄마도 아직 진짜 어른이라고 하기엔... 매일을 후회와 자책, 걱정과 두려움 속에 보낼 때가 많긴 하구나. 그렇지만 너를 비롯한 사랑하는 가족들로 인해 기쁘고,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기도한단다. 그 모든 감사와 기쁨 중에 니가 엄마의 가장 벅찬 기쁨이고 제일 큰 감사라는 걸 너는 알까.
사랑한다 아들, 잘 자라고 있어서 감사해.
올 한해도 잘해보자. Happy New Year!
p.s 한해의 끝무렵, 예상치 못한 큰 사고로 큰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된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산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온갖 불행들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기어이 일어나 기를 쓰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한 요즘입니다. 즐거울 것도 설레일 것도 없는 새해를 맞이하며, 모쪼록 '일상의 작은 기쁨'과 '범사에 감사' 속에서 그저 '아주 보통의 하루'들이 이어지는 평안한 한해를 보내시길요.지난해 제 '일상의 작은 기쁨' 중 가장 큰 기쁨은 브런치에 제 방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들러주시고 발자욱 남겨주신 모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