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아 Sep 08. 2024

내게 설렁탕같은 평화

"대기업의 맛, 장초딩의 소울푸드 비비고 설렁탕"



'평화'란 설렁탕 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들일수록

더 달콤하고 진해지기 때문입니다.

                                                                  by 장초딩



초6 아들의 최애 음식은 설렁탕이다.

팔팔 끓는 설렁탕에 계란, 파, 그리고 흰밥.

365일 하루 세끼 이렇게만 먹어도 좋다고 할 정도니

요리 못하고 시간도 없는 엄마에게

무던한 아이의 식성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늘 짠하고 미안한 일이다.


사회시간에 남한과 북한에 대해 배우며

'평화'에 대한 글짓기를 했단다.

평화를 설렁탕에 비유했길래 ,

어지간히 쓰기 싫었나보네,

 마침 배도 고팠을거고....

그냥 막 갖다 붙였군..

생각했는데, 이녀석 설명이 그럴 듯 하다.


"엄마, 그러니까 ...

친구하고  싸우고 나서 화해를 해도

첨에는 어색하고 화가 안풀리잖아?

그렇지만 계속 만나고, 얼굴보고, 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더 친해지고 진짜로 그 친구가 좋아지거든,

점점...진하고 달콤하고 평화로워지는거지.

시간을 들이는 게 중요한거야 설렁탕이나 사람이나. "

"와.....진짜 그러네..." (에미는 감탄 중)

....

....

....

"근데, 엄마 저녁에 설렁탕 먹으면 안돼??"

"또?? 물리지도 않니..."




설렁탕 한 그릇으로,

남북통일의 해법과 인간관계의 진리까지 깨달아 버린 기특한 녀석.

음식도, 인간관계도 인스턴트가 대세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공들인 시간의 가치를 알고 있다니....

먹깨비인줄만 알았는데, 제법 호모사피엔스구나.

초딩인 너도 아는 걸, 어른들은 모를까.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고 감사해.

사랑한다 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