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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한아
Sep 08. 2024
내게 설렁탕같은 평화
"대기업의 맛, 장초딩의 소울푸드 비비고 설렁탕"
'평화'란 설렁탕 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들일수록
더 달콤하고 진해지기 때문입니다.
by 장초딩
초6 아들의 최애 음식은 설렁탕이다.
팔팔 끓는 설렁탕에 계란, 파, 그리고 흰밥.
365일 하루 세끼 이렇게만 먹어도 좋다고 할 정도니
요리 못하고 시간도 없는 엄마에게
무던한 아이의 식성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늘 짠하고 미안한 일이다.
사회시간에 남한과 북한에 대해 배우며
'평화'에 대한 글짓기를 했단다.
평화를 설렁탕에 비유했길래 ,
어지간히 쓰기 싫었나보네,
마침 배도 고팠을거고....
그냥 막 갖다 붙였군..
생각했는데, 이녀석 설명이 그럴 듯 하다.
"엄마, 그러니까 ...
친구하고
싸우고 나서 화해를 해도
첨에는 어색하고 화가 안풀리잖아?
그렇지만 계속 만나고, 얼굴보고, 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더
친해지고 진짜로 그 친구가 좋아지거든,
점점...
진하고 달콤하고 평화로워지는거지.
시간을 들이는 게 중요한거야 설렁탕이나 사람이나. "
"와.....진짜 그러네..." (에미는 감탄 중)
....
....
....
"근데, 엄마 저녁에 설렁탕 먹으면 안돼??"
"또?? 물리지도 않니..."
설렁탕 한 그릇으로,
남북통일의 해법과 인간관계의 진리까지 깨달아 버린 기특한 녀석.
음식도, 인간관계도 인스턴트가 대세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공들인 시간의 가치를 알고 있다니....
먹깨비인줄만 알았는데, 제법 호모사피엔스구나.
초딩인
너도
아는
걸,
어른들은
왜
모를까.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고 감사해.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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