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울할 때 똥 싸~"
"......으으으응?????......." (이건 또 뭔 갑자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몬더그린 현상 이야."
"몬더그린? 그게 몬데그래?"
(이 와중에 본능적으로 깨알개그 치고 싶어하는 못말리는 에미)
"모르는 외국어가 마치 한국어처럼 들리는 현상이래."
"아.. 그러니까. 우울할 때 똥 싸" 가 실은 외국어란 거네? 어느 나라 말인데?"
"영어야. Who let the dogs out~ "
"에잉? 설마.. 어떻게 그게 그렇게 들리...."
아들에게 말을 하는 동시에 익숙한 멜로디의 그 노래를 속으로 불러보니..
헉.. 진짜다!!!!
우울할 때 똥 싸~!!!!
우울할 때 또옹 싸~~~
정말 그렇게 들리는지 들어보세요^^ 우울할 때 똥싸~ Who let the dogs out!
그러고보니....
아득한 예전 개그 프로에서 개그맨 박세민이 하던 코너로,
팝송가사 중에 우리말처럼 들리는 부분을
코믹하게 불러주는 부분이 있었다.
"오~빠 만세" (All by myself)
"웬일이니 파리똥~"( Let me here your body talk)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따라해보면 얼추 비슷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언뜻 생각나는 비슷한 예로, 한국 전쟁 당시 미군들이 빨치산 소탕작전중에 민간인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일도 있었는데, 충청도 사람들은 미군을 보자 마자 '안 그래씨유'(I'm glad to see you)를 외치는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친 김에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몬더그린 현상
외국어 표기
Mondegreen (영어 )
‘몬더그린 현상’은 어떤 단어·문장의 발음이 다른 의미나 언어의 발음으로 들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 발음이 특정 의미를 가진 모국어처럼 들리는 착각 현상을 말한다. 흔히 몬데그린으로도 쓰지만, 실제 발음에 가까운 몬더그린이 외국어 표기법상으로도 올바르다. 예컨대 팝송 등 외국 노래 가사가 특정 의미를 가진 한국어로 들리는 경우가 몬더그린 현상에 해당한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노래 <The Bonny Earl of Murray>의 가사 중 '앤 레이드 힘 온 더 그린(And Laid him on the green)'을 '앤 레이디 몬더그린(And Lady Mondergreen, 그리고 몬더그린 아가씨)'으로 잘못 들은 적이 있다는 미국 작가 실비아 라이트의 에세이에서 비롯되었다. 몬더그린은 이처럼 특정 단어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뜻으로 들리는 데서 오는 재미가 있어, 개그의 소재로도 자주 활용된다. 일본의 경우 몬더그린 대신 '소라미미(空耳)'라는 용어를 더 자주 쓰는데, 이 소라미미를 활용한 개그가 정착돼 있기도 하다.
한편, 몬더그린은 개그 소재는 물론 학습법으로도 이용되며, 특정 회사나 집단을 비꼬기 위한 경우에도 사용된다. 또 드물게 몬더그린에 의해 단어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과거 충남 서산의 여숫골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시기에 ‘예수, 마리아’를 외치며 형장으로 끌려가던 천주교인들의 말을 동네 주민들이 여수머리로 알아들은 데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또 유명한 조난 신호인 ‘mayday(메이데이)’는 프랑스어로 된 구조 신호 ‘venez m'aider(브네 메데, 나를 도와주세요)’의 뒷부분이 몬더그린화되며 정착된 단어이기도 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몬더그린 현상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이걸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우리 뇌가 무엇을 듣고 있는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을 때, 뇌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인지부조화를 불편하게 느껴서, 추론과 가정을 통해 그 빈틈을 메우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몬더그린 현상은 이러한 뇌 활동의 결과물인 것이다.
아.. 그러니까, 뭔가 모르는 소리가 입력이 되면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데이터를 총동원해서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거구나..그래서 마치 동음이의어처럼 소리가 같거나 비슷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경우, 익숙한 언어의 뜻으로 해석하겠네...
어쩌면, 우리는 어떤 일의 진짜 의미나 본질과 상관없이 귀에 들리는대로 듣고, 눈에 보이는대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엉뚱하게 해석했으면서도 그게 틀린 줄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몰라도 사는데 지장없고, 때로는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울할 때 똥싸' 가 실은 'who let the dogs out' 라는 것을 일단 알면 다음에 들을 때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듯이, 적어도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착각하며, '아는 척' 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수 있겠지. 아이 덕분에 또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녀석, 기특하기도 하지...
"근데, 아들, 너는 이런 걸 어디서 배웠어?"
물으니 보고있던 핸폰을 스윽 내밀며
"유튭~"
....
....
....
"작작 좀 보지 그래?"
기특해할 땐 언제고, 도끼눈이 되는 어쩔 수 없이 예민한 에미...
"I'm your M" 내가 니 에미다!
* 몬데그린 현상을 이용한 웃기는 가사 몇개 더 가져와봤어요. 가볍게 한번 웃고 가세요 *^^*